추리물인 일본 영화 '용의자 X의 헌신'(9일 개봉·12세)을 보면서 한국 영화 '그림자 살인'(상영중·15세)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버려진 시신, 이를 발견한 형사와 탐정, 그리고 살인자를 찾아나가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펼쳐보이는 추리물로서의 공통점 때문만은 아니다. '그림자 살인'에 없는 단 한가지가 '용의자 X의 헌신'의 가장 큰 힘이라는 것 때문이다.
'용의자 X의 헌신'은 드라마 제작자가 성공한 드라마를 영화화하는 일본 영화제작의 전형적 사례 중 하나다. 한국판으로도 방영됐던 드라마 '하얀 거탑'의 제작ㆍ연출자인 니시타니 히로시가 시청률 20%의 드라마 '갈릴레오'를, 같은 배우를 써서 영화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정보가 없어도, 평면적인 사건 전개와 영상 등은 대번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용의자 X의 헌신'이 2시간 넘는 러닝타임(128분)에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살인사건 수사를 돕는 뛰어난 물리학자 유카와(후쿠야마 마사하루)와 교묘한 알리바이를 만든 천재적 수학자 이시가미(츠츠미 신이치)가 대결을 벌이면서 '어떻게 알리바이를 만들었을까' 하는 긴장감을 지속시키는 덕분이다.
결국 이야기의 힘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덕목이다. 일본 추리소설계 3대 상을 섭렵한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의 트릭을 적절히 숨겨두고, 날개를 펴지 못한 천재 이시가미가 왜 살인자 모녀를 돕게 되었는지, 그 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반대로 일제강점기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자 살인'은 아름다운 미술과 볼거리로 가득하다. 장터에서의 인력거 추격 장면은 단번에 관객을 사로잡으며, 낯선 이야기를 현실로 다가오게 만드는 황정민의 연기와 서커스, 비밀장소 등 볼거리가 어우러져 있다.
다만 효과적인 반전에는 실패했다. 이 영화에 딱 한 가지 없는 것이 바로 추리물로서의 긴장감, 곧 이야기의 힘인 셈이다. 일본에서 370만 관객을 끌어모은 '용의자 X의 헌신',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림자 살인'. 한국 관객의 선호는 어떨지 궁금하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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