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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게이트 앞에 선 檢' 문 열까, 닫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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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게이트 앞에 선 檢' 문 열까, 닫을까

입력
2009.04.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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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무차별 금품살포' 사건은 '박연차 게이트'로 확대될 수 있을까. 박 회장에 대한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지만 대가성 자금이 발견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 일각에서는 1,000억원 살포설까지 나돌고 있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가 '게이트'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노무현 이후' 검찰 수사에 비상한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현재까지 박 회장 사건의 외연은 흔히 권력형 비리 사건을 일컫는'게이트'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박 회장이 지난해 구속 기소될 당시 혐의는 조세포탈이었다. 박 회장의 돈을 받은 정치인들도 대부분 대가성과는 무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뇌물 혐의도 박 회장 사돈의 인사검증과 관련된 개인 비리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세무조사 무마 로비는 성격이 다르다. 구체적인 대가관계가 있는 데다, 박 회장의 입장에선 기업과 본인의 생존 문제가 걸린 중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필사적으로 로비에 매달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000억원 살포설도 이 같은 정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로비의 핵심이라기보다 곁다리에 불과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세청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박 회장이 이미 권력에서 밀려난 추 비서관만 바라보고 있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 조사에서 추 비서관은 받은 돈을 전부 개인적 용도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추 비서관이 로비의 연결통로 역할을 했을 수 있다. 그는 지난해 8월30일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열흘 뒤인 9월9일에야 "힘써 보겠다"며 2억원을 받았다. 그 열흘 동안 그가 국세청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현정부 핵심 관계자들을 상대로 청탁 가능성을 모색했거나, 실제 청탁을 했을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세무당국이나 청와대의 태도도 석연치 않았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지난해 11월 태광실업 세무조사 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직보했다. 이명박 정부 인사의 관여 정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들은 세무조사 관여 여부를 떠나 박 회장의 돈을 받은 것으로만 확인돼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인사들이다.

이 와중에 한 전 청장이 이번 수사 개시의 신호탄이었던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체포 이틀 전인 지난달 15일 해외로 출국한 것은 의심을 더욱 짙게 하는 정황이다. 만일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의 관여 정황이 드러난다면, 지금까지 주로 전 정권 인사들에 겨눠졌던 '박연차 리스트' 수사는 단번에 현정권의 '박연차 게이트'로 바뀔 수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박 회장이 1,000억원을 세무조사 및 검찰 수사 무마에 사용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수백억원의 로비자금이 뿌려졌을 수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과연 살아있는 권력을 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친이''친박'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는 여당에서도 검찰 수사를 철저히 견제하고 있어 적당히 덮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많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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