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감 투표일(4월8일)을 코 앞에 둔 5일 오전 경기 화성 봉담의 한 아파트단지. 같은 색의 옷과 모자를 맞춰 입은 20여 명의 선거 봉사자들이 노래에 율동까지 섞어가며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어 마이크를 타고 A후보 지지 연설이 시작되자 이를 구경하던 한 50대 남성은 "교육감도 선거를 하네"라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날 잠깐이라도 자리를 지킨 유권자는 이 남성을 포함해 대여섯 명뿐이었다.
4일 오후 수원의 한 전통시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경합 후보 중 하나로 평가 받는 B후보의 유세가 진행된 이 곳에는 500여명의 구경꾼이 몰려들었지만 대부분 특정 정당 소속이거나 눈 도장을 찍기 위해 나온 도교육청 직원들이었다.
저녁 찬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에 나온 김모(38ㆍ여)씨는 "시장 앞에 사람을 내려주려 잠시 정차하려는데 선거 관계자가 와서 '차를 빼라'고 고함을 쳐 기분이 상했다"라며 "유권자들이 관심도 없는데 뭣하러 세금을 수백억 원씩 들여가며 선거를 치르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1일 고양시 일대에서 펼쳐진 유세 현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일산 중심 상가 지역인데도 유세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유세 현장 인근에서 점심을 먹던 한 회사원의 얼굴에선 모처럼의 여유가 '소음' 때문에 깨져버렸다는 짜증만 묻어났다.
유권자들이 직접 뽑는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선관위 차원의 기본 선거비용만 640억원, 여기에 후보자 개인별로 사용 가능한 선거비용을 합하면 최대 820억원이 투입되는 선거인데도 무관심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정도의 무관심이라면 차라리 종전처럼 간선제가 낫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임기 1년2개월의 과도기 선거인 데다, 정당공천이 배제되면서 정치바람이 불지 않은 것이 이번 선거의 최대 약점"이라면서 "어느 정도 무관심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경기도교육감은 교육정책 뿐만 아니라 연간 8조7,000억원에 달하는 교육예산과 8만여명의 교직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라면서 "이런 선거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가 무관심으로 흐르면서 우려했던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각 캠프측이 일반 유권자보다는 조직표 다지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직선제의 의미가 사라진 셈이다. C후보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투표율이) 15%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시민 홍보 보다는 오히려 조직표를 다지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고 털어놨다.
선거가 평일에 치러진다는 점도 유권자의 관심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회사원 김기훈(35)씨는 "도교육감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에 꼭 투표를 하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군포에서 수원까지 출퇴근을 해야 해 새벽에 서두른다 해도 도저히 투표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한동우(25)씨도 "평일엔 수업 때문에 서울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는데 어떻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무관심에 선거를 관장하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홍보활동까지 해가며 투표를 독려해보지만 투표율이 역대 최저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미 교육감 선거를 마친 다른 지역도 투표율이 저조하기 짝이 없다. 2007년 2월 직선으로 첫 교육감 선거를 치른 부산은 15.3%, 충남과 전북은 각각 17.2%, 21%에 그쳤다. 서울도 15.5%를 기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다른 시ㆍ도 교육감 선거가 먼저 치러진 데다 후보 및 당선자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보도되면서 교육감 선거 자체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졌다"면서도 "하지만 투표율이 목표치 20%를 넘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선관위측은 "투표를 포기할 때마다 유권자 1인당 최소 5,500원이 허공으로 사라진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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