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 '초저출산' 비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 '초저출산' 비상

입력
2009.04.07 00:57
0 0

출산율이 또다시 떨어졌다. 황금돼지해다 쌍춘년이다 해서 1.25까지 회복되었다가 2008년에는 1.19로 다시 하락한 것이다. 과거에는 출산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나 가족계획을 하고부터 출산 자체가 부부간 의사결정의 대상이 되었다. 출산 함수는 매우 복잡하다. 소득수준, 보육비용, 교육비용, 사회가치관, 여성 경제활동, 건강, 개인취향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고 각 변수의 가중치가 사회와 개인과 시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

출산율이 적정수준 아래로 떨어질 때 나타나는 문제점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경제적 파급효과는 매우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피상적으로 인식하기 쉽다. 더욱이 출산에 대한 개인의 이해관계가 사회나 국가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최근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보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예산 지원을 늘렸다.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족계획 시절의 유산을 정리하고, 출산을 긍정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교육ㆍ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출산 여건이 악화하는 것이 문제다. 경제상황에 따라 출산율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그랜드 플랜을 세우는 것이 한층 시급해졌다.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살만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태어나 학교에 다니는 동안 줄곧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고, 학교 문을 나서면 다시 비좁은 취업 문을 열기 위해 안간 힘을 써야 한다. 겨우 직장을 얻더라도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사회적 경쟁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청년뿐 아니라 노인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것은 낮은 출산율과 무관하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더 많이 얻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약자와 패자도 최선을 다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권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출산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자녀를 기르는 것은 즐거움이자 고통이다. 이 어려움을 덜어주고 즐거움은 크게 하려면 출산과 양육에 따른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보육료 지원방식이 제대로 정책효과를 내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보육시설과 관련된 정부 규제가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제한하지 않는가도 점검해야 한다. 정부의 보육정책이 시설에 자녀를 맡기는 가구와 직접 자녀를 키우는 가구 사이의 형평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고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보육에 대한 국가의 개인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한 국가의 인구가 많은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개체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번창하는 것은 모든 생물이 본능적으로 수행해야 할 책무이다. 이는 국가라는 사회적 공동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당위성과는 역행하는 '초저출산' 추세는 우리 사회와 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협하는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사회 전체, 모든 국민이 '저출산 경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