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달 30일 열린 제14차 전체회의에서 강원방송의 재허가를 조건부로 의결했다. 이전 18일 전체회의에서 3월 31일로 재허가 기간이 끝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36곳 중 기준(650점ㆍ1,000점 만점)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강원방송의 재허가만을 의결에서 제외했던 방통위가 수 차례의 심사 끝에 결국 재허가를 한 것이다.
객관적 기준에 따르면 재허가가 어려운 SO를 받아들여 준 것에 대해 방통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지역 단일 SO인 강원방송이 재허가에서 제외돼 문을 닫게 되면 당장 강원 영서지역 수십만 명의 시청자들이 지상파TV 방송을 볼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게 방통위의 대답이다.
하지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SO를 이런 이유로 재허가해준 것에 대해 일각에선 "부실 SO에게 정부의 심사권이 발목 잡힌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재허가 기준에 미치지 못해도 시청자를 볼모로 영업할 수 있다는 그릇된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3년마다 방통위가 실시하는 SO 재허가는 객관적 기준에 의해 이뤄진다. 경영상황, 사업 진행과정 등을 평가한 점수가 650점에 미치지 못하면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SO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방통위는 강원방송의 점수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자 의결을 보류하고 지난달 24일 강원방송 대표자를 불러 청문을 실시했다. 이후 27일 전체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다 기한을 채운 30일에야 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수신료 지급 완료, 증자 해결 등의 조건을 붙여 재허가를 의결했다.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재허가를 의결했다는 방통위의 선택은 그러나 스스로 정한 가이드라인을 부정한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강원방송이 재허가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더라도 결국 시청권을 보장할 대안이 없다면 방통위가 강력한 수단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원방송 관계자는 "재허가 조건으로 붙은 사항은 모두 이행하겠지만 정부의 재허가를 위한 기준 점수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 말했다.
방통위 대변인실 관계자는 "시청권 제한 우려 때문에 비록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어 위원들이 고심 끝에 재허가를 선택했다"며 "법대로 재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당장 피해를 보는 것은 아무 잘못 없는 시청자들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통위도 이번 경우가 '나쁜 선례'가 되도록 놔두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관계자는 "만일 강원방송이 조건으로 붙은 개선사항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보완책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통위의 딜레마가 정부의 안일한 현실 대응에서 비롯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유선방송사업이 도심 인구밀집지역에선 수익을 내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의 경우 한번 통신망을 깔아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입자의 수가 적어 SO가 사업을 유지할 정도로 돈을 벌기가 만만치 않다"며 "PP들에게 수신료의 25%를 꼭 주도록 하는 규정 등이 사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으며 방통위가 너무 몰아치는 것 같아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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