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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거인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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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거인의 나라

입력
2009.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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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모두들 큰 소리로만 말하고

큰 소리만 듣는다

큰 것만 보고 큰 것만이 보인다

모두들 큰 것만 바라고

큰 소리만 쫓는다

그리하여 큰 것들이 하늘을 가리고

큰 소리가 땅을 뒤덮었다

작은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듣지를 않는

작은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아무도 보지를 않는

그래서 작은 것 작은 소리는

싹 쓸어 없어져버린 아아

우리들의 나라 거인의 나라

신경림 선생님은 몸집이 작은 분이시다. 나는 개인적으로 선생을 여러번 마주칠 영광이 있었다. 그때마다 저 작은 시인의 온화한 웃음 뒤에, 겸손한 몸짓 뒤에 숨어있는 큰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큰 소리만 들리는 곳. 작은 소리는 그 큰 소리에 가려져서 들리지 않는 곳. 작은 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면 큰 소리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가라앉혀 버리는 곳, 거인들의 나라.

지구라는 별도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한 작은 별일 뿐.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를 우리는 듣지 못한다. 그 많은 자연의 바다와 산과 강과 화산, 인간이 만들어낸 도시와 도시들이 품고 있는 건물과 무기와 핵발전소를 품고 있는 별이 자축을 하는 거대한 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인간이 내는 큰 소리….

속삭임, 작은 소리, 인간의 작은 표정에 귀를 내어주는 나라는 아마도 이 지상에는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들어서 마음은 울적할 때면 이 시를 읽을 수밖에는 없다.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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