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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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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입력
2009.04.0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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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냥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청소년 시절은 그런 시간이 아닐까요."

질풍노도를 겪으며 아프고 힘겹게 성장해가는 이야기. 한국 청소년소설의 묵은 공식이다.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위저드 베이커리> 는 그걸 가볍게 무시한다. 판타지와 호러가 뒤섞인 장르적 특성에다가 주인공은 착하지도, 꿋꿋하지도 않다. 작가 구병모(33)씨는 "세상에 그렇게 교훈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면 그게 바로 판타지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소설에 따로 모델은 없어요. 굳이 찾자면 제 어린 시절이겠죠. 전 청소년기에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 하나도 없어요. 그냥 그 시기가 얼른 지나가버리기만 바랐던 것 같아요. 전 그 시간을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힘든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단절해버리는 청소년들도 많잖아요."

<위저드 베이커리> 의 주인공 '나'는 어머니를 여읜 열여섯 살 말더듬이다. 새어머니가 있는 집은 '돌아가 현관문을 연다는 건, 그곳에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는'(12쪽) 공간이다. 급기야 의붓여동생을 성추행했다는 누명까지 쓰게 되고, 무작정 도망쳐 나와 들어간 곳이 수상쩍은 빵을 만들어 파는 가게다.

"<헨젤과 그레텔> 에서 모티프를 따왔어요. 집에서 버림받고 마법의 과자집으로 들어간 아이들 이야기 말이에요. 그런데 전 사실 빵을 싫어해요. 그래서 빵을 묘사하는 부분의 디테일이 부족하지 않나 걱정입니다."

구씨는 디테일을 우려했지만 세밀한 터치로 청소년기의 불안감을 묘사하는 솜씨는 신인같지 않다. 입에 살짝 침이 고이게 만드는 온갖 종류의 빵에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갇힌 악몽을 녹여 넣는 능력 또한 만만치 않다. 요컨대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 재미가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큰 이유라고, 출판사 측은 설명했다.

"청소년소설이 으레 보여주듯이 가족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도, 세상과 완전히 화해하고 사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제 소설은 그런 착한 소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손쉬운 화해에 대한 거부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게 진실에 가까울 거예요."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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