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국 제2롯데월드 신축 허가를 최종 결정했다. 공군과 롯데측이 협의 중인 비행안전 보장방안이 이행될 경우 인근 성남 서울공항을 이ㆍ착륙하는 항공기들의 비행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군 안팎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우려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조진수 한양대 교수는 "공항과 초고층빌딩과의 단순한 거리는 문제가 안되지만, 항공기가 이ㆍ착륙하는 항로의 경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높은 건물이 들어선 전례가 없다"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계비행을 하는 항공기는 장애물과 최소 1,852m의 거리(장애물 회피기준)를 둬야 한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동편활주로의 직선 항로는 제2롯데월드와 1,100m, 각도를 3도 틀었을 경우 1,500m 가량에 불과하다.
안규백(국방위) 민주당 의원은 "공군은 활주로 각도 3도 조정안을 설명하는 자료에 마치 회피기준을 벗어나는 것처럼 그림을 그렸다"고 지적했다.
공군은 "이륙할 때 오른쪽으로 선회 비행을 하므로 제2롯데월드 근처에서는 장애물 회피기준을 벗어난다"고 해명했지만 전직 조종사나 전문가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모범적으로 선회 비행을 할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도 활주로 각도를 3도 조정하면 선회 비행을 감안해도 회피기준을 가까스로 벗어나는 수준이다.
동편 활주로 공사 기간 중 서울공항 운용이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도 새롭게 제기됐다. 한 공군 예비역 장성은 "공사를 하는 동안에는 동편 활주로를 사용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두 활주로가 끝 부분에서는 붙어 있어 일부 공사 기간 중에는 서편 활주로 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군이 예상하는 공사 기간은 대략 2,3년. 공군은 "동편 활주로는 부활주로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상시라면 부활주로 이용 불가로 인해 작전 운용이 지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서울공항의 경공격기(KA-1) 부대가 원주로 이전하는 비용 역시 롯데측이 부담키로 했다는 점에서 제2롯데월드 신축이 공군 전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자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국방부는 "KA-1 부대 이전은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돼 진행되는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 신축으로 당초보다 조기에 이전한다는 점에서 롯데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예비역 공군 장교는 "공군 내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누구도 나서서 말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나중에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을 질지, 결국은 서울공항 이전 얘기가 나오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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