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에 5조달러, 경제난 겪는 나라를 지원하는데 1조1,000억달러…
2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쏟아낸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회복 대책에 전세계는 경제위기가 곧 끝날 것처럼 흥분했다. 역사적인 합의라는 말이 나왔고 그런 평가를 반영하듯 각국의 증시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허황된 숫자 놀음과 재탕 발표를 지적하며 대책의 실제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에 합의했다”며 5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거론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발언이 대표적인 과장 케이스로 꼽힌다. 5조달러는 정상회의 참가 정부의 재정적자 증가분을 추산한 것일 뿐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라운 총리는 숫자 부풀리기와 재탕 발표, 중복 계산으로 악명 높은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신흥국을 돕기 위해 IMF에 5,000억달러를 추가 출자하겠다고 한 것도 일본(1,000억달러), 유럽연합(750억유로ㆍ1,000억달러) 등이 출자하겠다고 이미 약속한 것까지 합친 것으로 이번 회의에서 합의한 추가 출자액은 3,000억달러에 불과하다. 중국이 이 가운데 400억달러를 내겠다고 약속했을 뿐 나머지 2,600억달러의 조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IMF 특별인출권(SDR) 2,500억달러 확대도 외화내빈으로 꼽힌다. 실제 도움이 필요한 신흥국과 빈국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혜택은 800억달러 뿐이기 때문이다. 무역금융기금도 2,500억달러 규모로 추가 조성될 예정이지만 실제 투입되는 자금은 30억∼4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 부실채권 처리문제와 관련해서는 “G20이 자금의 정상적 흐름을 회복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모호한 합의만 있었을 뿐이다. 경제회복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인 무역장벽 문제도 “보호주의를 배격한다”는 원칙만 나왔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스티븐 스크레이지 연구원은 G20 정상회의 경제회복 대책에 대해 “이미 지불한 돈을 중복 계산한 것인지, 정말 새로운 계획을 내놓은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향후 발표할 후속 대책을 지켜봐야 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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