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은 물론 어린이 청소년 성인 여성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 성분이 검출됐다. 피부를 뽀송뽀송하게 하기 위해 자주 쓰는 제품이 오히려 아기들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엄마들이 충격에 싸였다. KBS TV가 이를 자체 조사하여 보도할 때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그러한 위험성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다니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더욱 크다.
문제가 된 베이비파우더의 주성분은 수분을 흡수하는 광물질 탈크(활석)인데, 생산 과정에서 탈크에 포함된 석면 성분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식약청은 탈크에 석면이 섞여 있을 개연성 자체를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그것이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미 1980년대 일본에서 베이비파우더 속에 석면이 함유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문제가 컸고, 이후 일본은 정부의 권고기준(0.1% 이하)을 마련해 관리해오고 있다. 국가 전문기관인 식약청이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니 말이 안 된다.
기업의 비양심적 행태도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용을 경고하고 있는 1급 발암물질에는 석면은 물론 석면성분이 함유된 탈크도 지정돼 있다. 제품 생산에 탈크를 주원료로 사용하면서 IARC의 경고를 몰랐다면 기업의 본분을 망각한 일이다. 자사 제품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거나 검사하고도 은폐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뒤늦게 정부 기준이 없어서 그랬다는 식으로 비켜가고 있으니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석면이 인체에 해로운 것은 상식이다. 정부가 2007년 7월 '석면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올해부터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석면이 0.1% 이상 함유된 제품은 제조ㆍ수입ㆍ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식약청은 관련 제품들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소홀히 해온 것이다. 식약청이 어제 청장 직권으로 탈크의 기준ㆍ규격 개정안을 마련해 바로 시행키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가 된 베이비파우더 뿐 아니라 탈크를 원료로 쓰는 각종 화장품 등도 철저히 조사해 옥석을 가려 공개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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