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북한전 무승부 사슬을 끊고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어섰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5차전 홈경기에서 후반 42분 터진 김치우(서울)의 천금 같은 프리킥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전(3-0) 이후 이어졌던 5경기 연속 무승행진의 사슬을 끊고 16년 만에 남북전 승전보를 띄웠다.
한국은 이로써 3승2무(승점 11)로 북한(3승1무2패ㆍ승점 10)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조 선두를 탈환하며 남아공행에 가속도를 붙이게 됐다.
수 차례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무산시키며 북한전 무승부 징크스가 이어지는가 싶은 순간 조커로 투입된 김치우의 왼발이 '허정무호'에 천금의 승리를 안겼다.
득점 없이 맞선 후반 33분 이근호와 교체돼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김치우는 후반 42분 상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 측면에서 맞은 프리킥 찬스에서 왼쪽 골대로 빨려 들어가는 왼발 슈팅으로 16년간 이어지던 '북한전 무승부 징크스'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기성용(서울)을 중심으로 중원을 장악하며 경기 주도권을 틀어 잡았고 북한은 밀집 수비를 펼치며 간간히 역습으로 한국 수비진의 빈틈을 노렸다.
전반 막판 다소 지루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후반전 휘슬이 울리며 급격히 달아올랐다. 후반 1분 정대세(가와사키)의 헤딩슛이 골라인을 넘어가기 직전 수문장 이운재(수원)가 걷어내며 아찔한 위기를 넘긴 한국은 후반 10분께부터 느슨해진 북한 수비진을 끊임없이 파고 들었지만 이근호가 후반 20분과 23분 잇달아 상대 골키퍼의 가슴팍에 안기는 슈팅을 날리는 등 번번이 찬스를 놓치며 4만 8,000여 관중의 탄식을 자아냈다.
허 감독은 우세한 경기 속에서도 '한 방'이 터지지 않자 '왼발 스페셜리스트' 김치우를 투입하며 공격 전술에 변화를 줬고 이 같은 용병술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천금의 승리로 이어졌다. 단 한번 맞은 찬스를 놓치지 않고 결승골로 연결한 김치우는 경기 MVP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승리로 본선행에 성큼 다가선 한국은 6월6일(현지시간) 탈락이 확정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상대로 6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김정민기자
김두용기자
■ 한국·북한 양팀 감독의 말
▲ 허정무 한국대표팀 감독 "김치우 교체로 효과"
중요한 고비였는데 선수들이 열심히 잘 했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했다.
막판에 서두르지 않고 경기를 풀어 승리할 수 있었다. 한 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 조 1위에 올라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정에서 월드컵 진출이 결판날 듯하다.
한 골차 승부를 예상했는데 역시 북한이 선수비 후역습을 펼쳐 힘들었다. 김치우를 투입한 건 그동안 북한전에서 장신 공격수에 대한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치우는 세트피스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기술력이 뛰어난 선수라 기용했다. 북한은 처음 상대할 때와 다르게 점점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더 좋은 플레이를 보일 거라 생각한다. 한국 역시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된 모습이 기대된다.
▲ 김정훈 북한대표팀 감독 "심판 판정 불공정"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경기다. 골키퍼 리명국이 경기에 대해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뛰었다.
경기 전날 훈련 후 숙소에서 식사를 했는데 골키퍼 2명과 정대세가 오늘 설사와 구토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경기감독관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문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FIFA 의견을 존중했기 때문에 경기에 임했다.
경기 전에 환자가 생긴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심판판정이 공정하지 못했다. 골라인이 넘어가는 것도 심판이 불지 않고 경기가 계속 진행됐다. 감독으로서 굉장히 불쾌하다. 더 이상 경기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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