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당분간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과 부산ㆍ경남(PK) 지역 정관계 인사로 집중될 전망이다.
5일 검찰 관계자는 "이번 주에 박 회장의 홍콩 현지법인인 APC 계좌자료를 홍콩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으면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APC 계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모(36)씨에게 5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50억원)를 입금한 사실을 계좌의 입출금 내역 조사를 통해 확인한 다음, 관련자를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50억원과 노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활동과 관련한 재단설립 문제를 상의한 사실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50억원 전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 회장도 검찰조사에서 "50억원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과 관련한 후원자금 성격으로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PK 출신의 정ㆍ관계 인사에 대한 본격 수사 계획도 밝히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전체적으로 보면 박 회장이 (집중적으로) 돈을 준 인물은 김해, 경남지역 (공직자들)이다"며 PK 출신의 전ㆍ현직 시ㆍ도지사 및 전직 정치인에 대한 수사 착수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PK출신의 전 국회의장도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현역 국회의원들에 칼을 겨눠왔던 검찰이 PK 정관계 인사로 수사방향을 튼 데는 임시국회 개회로 현역 의원 수사가 차질을 빚고있는 상황과 관련이 없지 않다.
홍 기획관은 "20여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해 박 회장과 관련된 총 거래규모 3조5,000억원 규모의 계좌 4,700여 개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해 2라운드 검찰 수사의 강도를 짐작케 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태광실업과 휴켐스의 정상적 사업과 관련한 계좌이지만 500여 개는 가족이나 회사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계좌의 70~80% 가량에 대해 자금 추적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박 회장의 전방위 로비 전모도 조만간 실체를 드러낼 전망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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