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4ㆍ29 재선거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이상득 의원이 이명규 의원을 보내 친박 성향의 무소속 정수성 후보에게 사퇴 권유를 했다는 논란이 벌어진 와중에 박근혜 전 대표가 1일 친이 주류측을 정면 비판했다. 경주 재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 출석에 앞서, "사퇴 권유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사건은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일갈했다. 박 전 대표는 "저도 보도를 보고 알았다"면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로선 분명한 메시지로 이번 사태가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친이 주류측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박 전 대표는 다만 이번 발언이 무소속 후보 지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그런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하지만 이상득 이명규 의원은 "이명규 의원으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았다"는 정수성 후보의 전날 주장에 대해 거듭 반박했다. 이상득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만나자고 한 것도 아니고 그 쪽(정 후보)이 먼저 만나자고 해서 이명규 의원을 보낸 것"이라며 "그냥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명규 의원은 친이도 친박도 아닌 중립적인 사람 아니냐"고도 했다. 사퇴 종용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명규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29일 정 후보를 만난 것은 맞지만 사퇴 종용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퇴 종용을 하려면 협박을 하든가 자리를 주면서 회유해야지, 그런 것이 전혀 아닌데도 마치 대단한 협박을 한 듯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나는 그럴 위치에 있지 않다"며 "정 후보가 정치도 시작하기 전에 정치공작부터 먼저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반박에 대해 정 후보는 재차 "먼저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네거티브 중지를 요청하기 위해 한번 만나려 했으나 정치적 억측만 나올 것 같아 취소했다. 29일 일은 이와는 별개"라고 주장했다.
진실게임 양상에다 박 전 대표까지 비판에 나선 이번 사태로 인해 친이, 친박 갈등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양측 모두 정면 충돌까지 갈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상득 의원도 박 전 대표의 언급에 대해선 반응을 삼갔다. 다만 경주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재차 갈등의 불씨가 될 소지는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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