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상금으로 그동안 밀린 빚부터 청산 해야죠."
2009시즌 코리안투어 개막전 우승 주인공인 무명 이태규(36ㆍ슈페리어)의 우승 소감이다. 화려한 프로 뒤에 숨겨진 무명생활의 애환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태규는 5일 중국 광저우 둥관힐뷰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ㆍ중 투어 KEB인비테이셔널 1차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2개로 6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 공동 2위인 허인회(22), 최인식(26), 리차드 모어(이상 11언더파ㆍ호주)를 1타차로 꺾고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996년부터 무려 12차례 프로테스트 끝에 프로에 입문한 이태규의 골프인생은 오뚝이였다. 2002년 프로로 전향해 이듬해 정규투어에 첫 발을 내디뎠지만 2004년부터 다시 시드권을 잃어 2007년까지 2부 투어와 레슨 프로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했다.
5년만인 작년에 코리안투어에 다시 복귀해 상금순위 69위(2,700만원)를 차지했지만 60위까지 주어지는 시드권을 얻지 못해 퀄리파잉스쿨 2위로 다시 올시즌 투어 티켓을 따내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작년 신한동해오픈 공동 15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철저한 무명의 인간 승리 그 자체다.
이태규는 "우승은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기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우승 소감을 밝혔다. 우승상금 8,000만원의 목돈을 만지게 된 그는 또 "그동안 대회 출전 경비 등으로 사용한 마이너스 통장 빚부터 청산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태규는 생애 첫 승을 짜릿한 역전 드라마로 연출했다. 선두에 7타차 뒤진 6언더파 공동 10위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이태규는 2~4번홀 3개홀 연속 버디 등 14번홀까지 6타를 줄여 선두로 뛰어 올랐다.
2위 그룹에 1타차 선두를 지키던 18번홀에서는 1.5m 버디 퍼트를 놓쳐 연장전에 들어 갈 수 있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지만 뒷조에서 1타차로 추격해오던 모어 역시 1.5m 가량의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 66타는 자신의 생애 최소타 기록이기도하다.
프로 2년차 국가대표출신의 허인회는 14, 15번홀 연속 보기로 공동 2위에 머물렀다. 한민규(25)가 10언더파 단독 5위에 오른 가운데 디펜딩챔피언 배상문(23)은 박도규(39) 등과 함께 8언더파 공동 6위에 자리했다.
광저우=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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