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아프가니스탄에 비전투 병력 5,000명만 파병하기로 하고 4일 폐막됐다.
28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또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러시아와의 대화재개를 선언했다. 이밖에 동맹안보선언을 채택하고 사무총장에게 이를 토대로 신전략구상 작성에 착수해 다음 회의에 제출토록 했다. 나토 창설 60주년을 맞아 동맹 강화를 굳건히 하며 세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합의는 아프가니스탄에 최대 5,000명의 병력을 추가 파견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올 여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에 대비 치안 유지 지원을 위한 비전투 병력 3,000명을 한시적으로 파병하고, 아프가니스탄 군경 훈련교관 1,400~2,000명 등을 보내기로 했다. 당초 미국은 나토의 적극적 협력을 전제로 올해 2만1,000명을 시작으로 총 7만명까지 미군 및 동맹국의 아프간 파병규모를 늘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나토가 전투병 파병을 사실상 거부해왔다.
정상들은 미국의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대한 '신(新) 아프간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자국 내 반전 여론을 외면할 수 없었다. 정상회의 기간 내내 회의장 밖에서는 격렬한 나토반대시위가 이어져 수백명의 시위대가 체포되는 등 개전 7년이 넘은 아프간전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극도에 달한 상태였다. 그 동안 전투병 파병을 고집해왔던 오바마 대통령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해 "훈련교관은 탈레반에 맞설 전투병력만큼 중요한 자원"이라며 "이번 정상회의는 건설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5일"환갑을 맞은 나토가 아프간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회원국의 이탈 없이 강한 동맹관계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며 "반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나토 전투병 파병계획은 좌절됐다"고 보도했다.
나토는 정상들은 북한에 대해서 "우리는 북한의 핵ㆍ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핵확산 활동을 깊이 우려하며 이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정상회의에서 '핵확산 활동'만 언급했던 것과 비교해 강도 높게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정상들은 이와 함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나토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으며 지난해 8월 그루지야 침공 후 단절했던 러시아와의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나토는 2002년 러시아와 교역창구로 설치됐던 나토ㆍ러시아 위원회(NRC)를 통해 아프간의 안정,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소말리아 해적 소탕 등을 러시아와 논의할 방침이다.
한편 8월부터 4년간 나토를 이끌 차기 사무총장에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가 지명됐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덴마크에서 친 쿠르드계 급진 TV방송이 허용된 점, 이슬람교 창시자마호메트를 테러범으로 묘사한 신문 만평이 나온 점 등을 들어 라스무센 총리에 거부감을 표시했지만 다른 회원국들의 설득으로 라스무센 지명을 수락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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