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 (창비 발행)를 6년 만에 선보인 시인 김선태(49)씨의 시적 원동력은 '바다'이다. 그것은 표면적으로 섬 사람들, 소금꽃, 주꾸미, 우럭, 멍게, 홍합 따위의 것들이 시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살구꽃이>
시인은 바닷가의 작은 생명들, 바다를 생계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늘 경건하게 들여다보며 그속에서 가볍지 않은 인생에 대한 통찰을 길어올리기 때문이다.
조갯살을 양분으로 찬란한 보석이 되는 진주의 모습에서 '그러므로 조개는 진주의 밥이요 집이요 어머니요 모든 것이다. 이름 없는 조개는 이름 있는 진주의 진짜 이름이다.// 찬란한 중심엔 언제나 고통이 스며있다'('동거'에서)와 같은 시구가 잉태되는 것은 그래서다.
예측이 불가능함으로 험난할 수밖에 없는 바닷가의 삶을 웃음으로 긍정하고 돌파하려는 그곳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김씨의 시작과 자주 결합되는 것도 시집의 특징이다. 소설 쪽에서는 한창훈(46)씨가 그런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김씨의 시와 한씨의 소설은 그래서 닮아 있는 듯 보인다. 예컨대 '게다가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드러나는 발그레한 명기(名器)와 예봉(銳峰)에 털까지 수북하게 돋아 있으니 뭍사내들이 군침을 흘릴 수 밖에요'('조개야담1ㆍ홍합'에서)나, '어물전을 지나치다 가만 들여다보면 무에 그리 자랑스러운건지 아니면 헤픈 건지 다들 보아라, 아예 맨살을 척 드러내고 있어요'('조개야담3ㆍ전복'에서)와 같은 시편은 '19금'에 해당할 작품이지만, 그 성적 상상력은 실은 바다가 뿜어내는 싱싱한 생명력과 동의어일 것이다.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목포, 광주 생활을 거쳐 6년 전부터 목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씨는 시집에 "목포로 복귀하면서부터 바다는 최대의 시적 관심사가 되었다"며 "결코 문명과 권력의 아수라장으로 나아가지 않고 나의 뿌리인 남도에 남아 유순한 자연과 함께 스스로 중심이 되어 살아갈 것이다"라고 썼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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