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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된 '權不五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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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된 '權不五年'

입력
2009.04.0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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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로 참여정부 실세들이 하나 둘씩 사법처리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권 실세들의 수난사에 한 획을 더 그은 것일 뿐, 정치권에선 이미 권불오년(權不五年)이란 말이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우리 헌정사에선 한 때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던 이들 중 상당수가 후임 정권의 단죄나 비리 사건 등으로 줄줄이 사법처리된 일이 반복됐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정치권력이 각종 이권이나 금전적 이익의 유혹에 손쉽게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군사 쿠데타를 도모해 연이어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오른 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전 전 대통령은 친구인 노 전 대통령이 '5공 비리'를 파헤치는 바람에 백담사로 쫓겨났고, 노 전 대통령 역시 문민정부의 '5ㆍ6공 청산'으로 결국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수감생활을 했다. 특히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천문학적인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5공화국의 2인자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5공 비리 사건으로 권력 무상을 맛보았고, 5공 막후실세였던 정호용 전 국방장관도 5ㆍ18 특별법 제정 직후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진압 주도 혐의로 구속됐다. '리틀 전두환'으로 불리며 호가호위했던 전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도 새마을운동본부 공금 횡령 사건으로 철창 신세를 졌다.

노 전 대통령의 처남으로 '6공의 황태자'였던 박철언 전 의원. 하지만 그 역시 문민정부 출범 후 슬롯머신 사건으로 감옥에 가야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동서로 재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금진호 전 상공장관은 비자금 조성 개입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섰다.

집권 초기 대대적인 사정을 통해 전 정권을 단죄했던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선 대통령의 아들들이 비리 사건에 연루돼 차례로 사법처리됐다. 문민정부의 '소통령'이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한보 비리로 헌정사상 첫 대통령 아들 구속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와 삼남 홍걸씨도 조세포탈과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불명예 대열에 동참했다.

문민정부의 주축이었던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은 한보 비리 등으로, YS의 정치적 아들로 불렸던 강삼재 전 의원은 안풍(安風) 사건으로 각각 사법처리 대상이 됐다. DJ 진영의 좌장이었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한보 비리 등으로 세 차례나 구속됐고, DJ의 복심으로 통하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 역시 후임 정권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도덕성을 유달리 강조했던 참여정부 실세들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박연차 리스트 수사로 연이어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씨를 '촌부'라고 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그의 행태는 '봉하대군'이란 별칭이 붙은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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