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대응책으로 내놓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방안이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3일만 해도 로켓을 쏘면 PSI에 바로 참여할 것처럼 하더니 5일 로켓 발사 직후에는 신중론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 입장은 '전면 참여 포기'가 아니라, '일단 연기'에 무게가 실려 있어 얼마간 시간을 본 뒤 다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다.
2003년 6월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미국 주도로 시작된 PSI는 '가입국들은 핵 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를 수송하는 항공기나 선박 정보를 교환하고, 해당 선박을 가입국 영해에서 검색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골자다. WMD를 수출입하는 북한과 이란, 시리아 등이 타깃이다.
참여정부는 2006년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남북 무력 충돌 가능성을 우려, PSI 전체 8개 항 중 5개항에만 참여했고, ▲역내외 차단훈련 시 선박 항공기 등 물적 지원 ▲정식 참여 등 민감한 항목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북 노선이 다른 이명박 정부는 이번에 로켓 발사가 임박하자 북한을 압박하는 대책으로 PSI 전면 참여를 내놓았다.
문제는 3월 이후 정부의 PSI 관련 발언엔 통일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비확산 문제가 부각이 되니 PSI 전면 참여 문제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3월20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북한 태도를 보아 가며 판단할 문제다"(4월3일 이명박 대통령), "PSI 전면 참여는 현 시점에서 적절하고 바람직하다"(3일 권종락 차관) 등 온도차가 있었다.
결국 5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지만 "정부가 즉각적 대응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옳지 않고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명분도 있고 더 보기 좋다고 판단했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PSI 참여에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자, 정부는 다시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는 PSI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킨 것이므로 전면 참가를 적극 검토 중"(유명환 장관), "유보 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외교부 고위 당국자)이라며 강한 입장을 언명했다.
사실 그간 정부가 PSI 카드를 너무 성급하게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PSI는 미사일 억지를 위한 대응책으로 보기 어렵고,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해 추가 군사 도발이나 개성공단 통행 재차단 등의 빌미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WMD 확산 방지라는 큰 틀은 잡았지만 PSI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 강화'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 내에서 이런 우려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말이 왔다갔다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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