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해 2월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 사위이자 노건평씨의 맏사위인 연모씨에게 전달한 500만 달러(당시 환율로 50억원 상당)의 실제 주인은 누구인가. 수사의 관건은 그 돈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몫으로 제공된 것인가 하는 점이다.
● '50억 몸통'은 누구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50억원을 받은 '몸통'이 누구인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측은 "노 전 대통령은 연씨가 50억원을 받았다는 것을 열흘 전에야 알았다"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보기에는 50억원이 건네진 시점이 미묘하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이틀 전에 돈이 연씨의 계좌로 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퇴임 후 재단이라도 만드시라"며 50억원을 전달하려 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회장이 50억원을 노 전 대통령의 몫으로 건넨 것 아니냐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노 전 대통령측은 "실명 확인도 하지 않은 불법 자금을 받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거부한 돈이 어떤 경위로 연씨에게 전달됐는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건평씨가 사위의 이름을 빌려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건평씨가 박 회장의 뜻을 알고 나중에 동생의 활동에 쓰기 위해 돈을 받았거나, 자신의 몫으로 돈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져 있지만, 처음부터 건평씨와 더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각종 불법행위의 공범 또는 연결고리로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건평씨가 박 회장에게 뭉칫돈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건평씨는 2005년 세종증권을 농협이 인수한다는 정보를 박 회장에게 넘겨 박 회장이 주식매매로 2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길 수 있게 했다. 또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과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할 때, 건평씨의 부탁으로 박 회장이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했다.
참여정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세종증권 로비과정에서도 건평씨는 자신의 몫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 등으로 미뤄 이번에도 건평씨가 큰 죄의식 없이 돈을 요구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 사법처리 가능한가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여부는 받은 돈의 성격과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달려있다. 연씨 측은"박 회장에게 투자 목적으로 돈을 받아 500만 달러 중 절반은 실제 해외 투자에 사용했고, 나머지는 남아있는 상태"라며 "해외 투자를 위해 송금한 자료가 다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별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나 그 돈의 실제 주인이 노 전 대통령인 것으로 확인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노 전 대통령이 그 돈의 일부라도 사용한 흔적이 나오면 사실관계가 보다 분명해지겠지만, 그렇지 않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릴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받은 돈이라고 하더라도, 받은 시점과 직무관련성에 따라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다만, 퇴임 직전이라도 임기 중에 받았다면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법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통령의 직무가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임기 중에 잘 봐준 대가로 돈을 건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50억원의 주인이 건평씨로 밝혀지면, 각종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이미 구속 기소된 그에게 알선수재죄가 추가될 수 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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