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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이야기꾼 '전기수' 역할 맡은 이정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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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이야기꾼 '전기수' 역할 맡은 이정웅씨

입력
2009.04.0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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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조선역사에 얽힌 이야기 맛깔나게 들려드려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아들이자 3대 왕인 태종 이방원은 자신의 계모인 신덕왕후와 사이가 매우 안 좋았습니다. 자신이 당연히 세자로 책봉될 줄 알았지만, 신덕왕후 아들인 이방석이 세자로 책봉됐기 때문이지요. 결국 이방원은 왕자의 난을 일으키고 신덕왕후는 세상을 떠났지만, 왕이 된 이방원은 신덕왕후에 대한 미움을 접지 못해요. 그래서 지금의 중구 정동에 있던 신덕왕후 묘(정릉)가 도성과 너무 가까이 있다며 성북구 정릉동으로 옮길 것을 명합니다. 정릉이 있던 곳은 능이 없어지면서 '정동'이 됐고, 정릉이 옮겨간 곳은 '정릉동'이 됩니다. 이것이 중구 정동과 성북구 정릉동 명칭의 유래랍니다."

3일 오후, 따스한 봄 햇살을 만끽하려 청계천에 나온 시민들 사이에서 조선시대 포도대장 옷차림을 한 이정웅(67) 할아버지가 재미있는 조선시대 역사 이야기를 시작한다.

처음엔 호기심 만으로 눈길을 주던 시민들은 금세 할아버지의 입담에 이끌려 가던 길도 멈춘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듣는다.

할아버지는 원래 2005년 11월 청계천 개통과 함께 자원봉사를 해온 청계천 역사문화 해설사다. 서울역사박물관과 민속박물관 등에서 문화유산해설사 자원봉사를 한 경험도 있을 만큼 우리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그런 할아버지가 이날은 청계천의 여러 다리에 얽힌 이야기와 조선시대 역사 중 흥미진진한 내용을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이야기꾼인 전기수(傳奇) 역할을 맡았다.

할아버지는 이날 청계광장 아래 광통교~광교~정조반차도 구간을 돌며 이 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청계천과 관련된 역사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 주었다.

시민들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회사원 김승환 (48)씨는 "산책 나왔다가 뭔가 했는데 좋은 이야기를 듣고 간다" "며 "할아버지 말씀을 들으니 청계천의 역사가 손에 잡힐듯하다"고 말했다.

전기수는 청계천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 전달은 물론, 시민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함께 청계천에서 3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전기수는 총 10명.

이들은 4~6월과 9~11월, 매주 금ㆍ토ㆍ일 오전10시~오후6시 광통교와 장통교, 오간수교와 영도교 등 4곳에서 매시 정각에 무료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지난해 10~11월 시범사업 실시 후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는 규모를 배로 늘린 것이다.

특히 선비, 무사, 포도대장, 궁녀 등 다양한 조선시대 의상을 차려 입고 나와 시민들의 눈도 즐겁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선비복, 포도대장, 궁녀 등의 의상을 차려 입은 전기수들은 해당 다리와 연관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야기가 끝나면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또 다른 전기수인 한기전(67) 할아버지는 "2005년부터 청계천 역사문화해설자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솔직히 청계천에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며 "이번 전기수 역할을 통해 청계진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기수

임진왜란을 전후해 중국으로부터 삼국지(三國志), 수호지(水滸誌) 등의 각종 소설책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소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서울거리에 생겨난 전문 이야기꾼을 말한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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