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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의 미디어 비평] 또 도진 드라마 횟수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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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의 미디어 비평] 또 도진 드라마 횟수 연장

입력
2009.04.0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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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다 싶으면 끝날 때 즈음에 가서는 여지없이 "몇 회 연장"이 수식어처럼 따라다닌다. 경영진이나 제작자 입장에서 모처럼 얻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욕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연장으로 인해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하는 기대를 가져보지만 '역시'라는 결과가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물론 종영을 앞둔 자사의 드라마보다 경쟁사의 드라마가 매우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을 때도 다음에 편성될 드라마의 입지를 고려해서 희생양으로 횟수를 연장하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어쨌든 횟수의 연장은 무리수가 된다. 드라마는 연출자나 작가에 의해서 제작의도가 결정되고 그러한 정해진 틀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끝내야 할 때 끝내지 못하고 반전을 도모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무리한 전개를 하게 되고 심지어는 황당한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요즈음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역시 몇 회를 더 연장한단다. 억울하게 죽었다던 사람이 살아 돌아와서 복수를 펼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후련한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다소 어설프게 만들어진 시나리오이지만 시청자들은 가슴 졸이면서도 일종의 대리만족감을 느끼면서 호응을 했다. 권선징악은 언제나 통쾌하기 때문에 그래서 봐줄 만했다. 그러나 연장 결정이 난 후 또 다른 죽었다던 사람이 살아 돌아와 반전을 꾀한다. 마치 부활이 유행인 듯 너무 남발하는 것 같다. 억지춘향으로 늘이는 것은 결국 표가 난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드라마 전체를 다 만들고 난 후 텔레비전에 방영하는 전작제가 정착되어야 한다. 매 회마다 작가들이 급하게 만들어주는 원고를 받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간신히 제작하여 방영되는 드라마 제작의 졸속주의가 잔존하는 한 드라마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프로그램 완성도보다는 시청자들로부터의 순간적인 인기에 영합하여 전개방식이 달라지는 것 또한 전작제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나타나는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여름에 만드는 드라마는 주로 여름 장면 중심으로 진행되고 겨울에 만드는 드라마는 겨울 장면이 도배를 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일일연속극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은 방안이나 거실 또는 주방으로, 주로 집안에서 옮겨다니기 일쑤이다. 간혹 양념으로 바깥 장면을 끼워 넣기도 하지만.

어떤 프로그램을 언제 어떻게 방영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행위를 방송에서는 편성이라 한다. 방송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시청자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려주어서 시청자들이 기호에 따라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다.

드라마의 횟수를 밝히는 것 역시 시청자에 대한 약속이다. 드라마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을 맺을지를 미리 알려주어서 시청자들이 기대감을 갖고 극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결말이 맺어질지 나름대로 예상을 하면서 기대감을 갖고 프로그램을 즐기도록 해주어야 한다.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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