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건평씨의 사위 연모씨에게 건넨 50억원의 종착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이 고향 봉하마을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사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이 퇴임 후 활동을 위해 설립했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 법인은 ㈜봉화, 영농법인 봉하마을, 재단법인 봉하 등 3개다.
노 전 대통령의 또다른 후원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봉화는 농촌관광사업과 생태ㆍ문화 보존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2007년 9월 설립됐으며,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 사업가 등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봉하마을에는 노 전 대통령 자신이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노 전 대통령이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봉하오리쌀'을 판매하는 영농법인이다.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 비서관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병완 전 비서실장과 문재인 전 민정수석 등은 재단법인 봉하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두 법인이 마을 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지역발전 목적으로 만들어진 데 비해, 재단법인 봉하는 '노무현 재단' 설립 등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사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성격이다.
검찰이 박 회장에게서 나온 50억원이 연씨의 주장처럼 버진아일랜드에 투자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수사의 다음 타깃은 이들 법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퇴임 후 재단을 만들 때 사용하라"며 50억원을 건네려다가 거절당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자금이 흘러갔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50억원의 행방에 대한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의 향후 정치활동 재개를 막고 정치 세력화를 견제할 목적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법인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하는 것과 같은 파문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손발을 묶는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도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주변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이미 노 전 대통령은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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