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다고 치켜세우는 것은 중국을 흔드는 것이다","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을 매입하겠다","IMF와 세계은행(IBRD)의 개혁이 시급하다","(미 달러를 대체할)새로운 슈퍼 통화가 필요하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로 그 최고 정점은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입을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G20회의를 앞두고 발언자 얼굴만 바뀔 뿐 과거'죽의 장막시대'와는 다른, 세계와 공감하고 함께 호흡하기위한'세계의 이슈들'을 잇따라 제기했다. 달러화의 기축통화 위상에 대한 논란은 세계로 확산됐다.
'국제금융올림픽'G20 회의를 앞두고 세계가 중국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중국특유의 외교노선인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우는'도광양회(韜光養晦)'의 틀에서 탈피, 한 걸음 나아가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려는'화평굴기(和平堀起)'전략이 마침내 본격화된 셈이다.
31일 홍콩 봉황망에 따르면 푸잉(傅瑩) 주영 중국대사는 29일 영국 BBC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회자인 앤드루 마와 생방송 인터뷰를 통해 G20회의에서 펼칠'중국의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앤드루 마는 푸 대사에게 "자유롭게 대규모 부양책을 쓸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면서 "G20회의에서 새로운 부양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푸 대사는"사람들이 중국이 부유하고 돈이 많고 외환보유액이 많다는 등의 문구를 갖다 붙이는데 이럴 때 중국인들은 중국을 비꼬고 뒤흔드는 것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방이 중국의 인권을 문제 삼는 것은 서방의 제도가 가장 우수한 것이고 다른 나라는 반드시 이를 모방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인들이 보기에 매우 오만한 태도"라고 질타했다. 중국의 자존심을 드러낸 부분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IMF 특별인출권(SDR)을 슈퍼 통화로 사용하자고 제안한 것과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IMF의 재원조달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언에 대해서도 그는 해명했다. 푸 대사는 "저우 행장이 SDR을 제안한 것은 달러화를 곧바로 대체하자는 뜻이 아니라 그 동안 계속돼온 기축통화 대체 문제에 대해 또 다른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중국이 이 논의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세계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한 중국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IMF 재원 조달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IMF의 구조개혁에 맞춰 중국의 출자의무를 흔쾌히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세계 금융위기가 전 세계가 협력할 좋은 기회"라며 "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고 경제주체들의 믿음을 회복하고 어려운 국가를 도울 수 있도록 세계 지도자들이 힘을 합쳐 이번 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국의'화평굴기'의지를 다졌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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