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레인 페이걸스 지음ㆍ류점석 등 옮김/아우라 발행ㆍ320쪽ㆍ1만4,000원
왜 초기 기독교인들은 섹스를 죄와 결부시켰는가?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며 사회현실에 항거하던 초기 기독교는 어떻게 원죄와 복종을 강조하며 제국의 질서를 방어하는 성벽으로 변질됐는가? 진정한 기독교란 무엇인가?
미국 프린스턴대 종교학과의 일레인 페이걸스 교수는 논쟁적인 종교사학자이다. 1945년 이집트에서 발견된 '나그함마디 문서' 연구를 기초로 쓴 <사탄의 기원> (1995) <도마복음의 비밀> (2003) 등의 저서를 통해 정통 교의에서 벗어난 초기 기독교 논점들을 제시함으로써 잇단 논란을 일으켰다. 도마복음의> 사탄의>
나그함마디 문서에는 1세기말 초기 기독교 및 지중해 연안 토속종교들의 신학적 사상이 융합돼 하나의 종교적 경향을 이뤘으나 로마교회에 의해 이단으로 정죄된 기독교 영지주의(靈知主義) 복음서가 다수 포함돼 있다. 정통에 대한 페이걸스 교수의 비판적 관점은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담, 이브, 뱀-기독교 탄생의 비밀> 은 페이걸스 교수가 논란을 일으킨 위의 두 저서에 앞서 1988년 쓴 책이다. 아담과 이브 등의 이야기가 담긴 구약 창세기 1~3장의 해석을 두고 1세기부터 4세기 아우구스티누스까지 이어진 초기 기독교의 담론을 추적함으로써 성과 자유, 인간의 본성 등에 관한 기독교적인 윤리와 철학이 구축된 과정을 파헤쳤다. 아담,>
저자에 따르면 자명해 보이는 기독교적인 윤리와 철학은 시대와 상황에 맞춰 성서를 해석한 '현실적 선택'의 결과이다. 성과 결혼관의 경우, 예수 이전의 유대인들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출산에 초점을 둔 쪽으로 해석했다. 따라서 출산을 못하는 여자는 버림받을 수 있고, 출산을 위해선 일부다처제도 용인됐다. 로마는 윤리적으로 더욱 방만했다.
하지만 예수는 가정보다는 신앙을 우선한 독신의 금욕주의자였다. '천국을 위한' 예수의 금욕주의는 사도 바울을 거쳐 독신을 적극 권하는 극단적 양상으로 치닫는다. 그러자 포교에 어려움을 느낀 초기 기독교 지도자들은 바울의 편지를 위조까지 하면서 결혼을 옹호하고 부부관계 내에서의 성행위까지는 인정하는 쪽으로 절충한다.
유대 질서와 로마제국에 저항하며 초기 기독교인들이 내세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도 상황에 따라 변질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후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의 죽음과 고통은 아담이 지은 원죄의 결과'라는 원죄론을 공고히 함으로써 결국 인간에 대한 기독교 국가와 교회의 통제를 뒷받침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같은 논쟁적 고찰의 배경에 대해 "진정한 기독교에서는 특정한 문제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보다는 영적 차원에 대한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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