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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대 중소 연기금 운용 '주먹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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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대 중소 연기금 운용 '주먹구구'

입력
2009.04.0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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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국내 중소형 연기금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자산운용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연기금 중 자산운용 전문가를 두고 있는 곳은 10곳 중 2곳을 간신히 넘었고, 자산운용을 감시하는 의결기구를 둔 곳 역시 4곳 중 1곳 뿐이었다.

2일 한국채권연구원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연기금투자풀 활용도 제고 및 제도개선 방안'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53개 연기금 중에서 자산운용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는 곳은 41.5%인 22곳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자산운용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회계사 등까지 포함한 수치였다.

특히 연중 운용하는 자산의 평균잔액이 5,000억원 이하인 중ㆍ소형 기금 39곳 중에서는 전문가를 갖추고 있는 곳이 단 9곳(23%)에 불과했다. 이렇게 비전문가들이 수천억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전체 53개 연기금 중에서 자산운용 담당자의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자산운용위원회가 있는 곳은 총 40개. 하지만 이중 절반 가량은 단순히 자문 역할만 할 뿐이었고, 실제로 자산운용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의결기구 성격을 가진 곳은 23개에 불과했다.

역시 대형 연기금을 제외하고 중ㆍ소형 연기금만 보면 사정이 더 열악했다. 중ㆍ소형 연기금 39곳 중 의결기구 성격의 자산운용위원회를 갖춘 곳은 10개로, 4곳 중 1곳 꼴이었다.

이밖에도 중ㆍ소형 연기금 중에서 위험관리 전담부서나 성과평가 전담부서를 둔 곳은 각각 3곳과 4곳 뿐이었다.

보고서는 "해외 선진 연기금의 자산운용 의사결정은 전문성을 갖춘 각종 위원회를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대형 연기금을 제외하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만큼 연기금 투자풀 활성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공기업들도 방만하고 부실한 지분 투자로 최근 5년간 7,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24개 공기업의 실적을 토대로 작성한 '공공기관 지분증권 손실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13개 공기업이 총 7,099억원의 지분 투자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정보통신업체인 드림라인에 440억원을 투자했다가,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지속적 악화로 2003년 코스닥 등록이 취소되면서 321억원의 감액 손실을 입었다. 또 석유공사는 사업 목적과 크게 상관이 없는 한국마이크로닉 등 8개 회사에 투자해 105억원의 투자 손실을 입었고, 한국감정원은 한국부동산신탁 부도로 투자액 전액(300억원)을 날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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