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금융위기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는 선언적 수준의 합의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일부 핵심 사안에서 구체적 합의를 이뤄,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회의에 비해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차 회의 때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추진력이 떨어진 가운데, 각국 주장을 병렬적으로 합의문에 담아 금융위기에 공동 대처한다는 원칙만 확인했을 뿐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구체적 시행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규제와 경기부양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이해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이슈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질서가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회의결과는 당초 희망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소득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헤지펀드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헤지펀드는 그 동안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을 따르지 않는 조세피난처도 제재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이를 통해 돈세탁과 세금 회피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의가 열리기 전 미국, 영국은 추가 경기부양을 요청했지만 합의 결과를 보면 금융규제의 강화를 요구한 프랑스, 독일의 주장이 더 많이 반영됐다. 추가 경기부양은 각국이 자체적으로 판단, 필요한 조치를 알아서 취하도록 했다. 다만 브라운 총리는 G20 국가들은 내년 말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5조 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상들은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제기금으로 1조 달러를 마련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이 중 동유럽 국가를 지원하느라 최근 재원이 고갈된 국제통화기금(IMF)에 적어도 5,000억달러를 추가 출연해 개발도상국가에 지원하고 보유중인 금도 매각해 빈국을 원조키로 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각각 1,000억달러 출연하겠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또 브라운 총리의 주장을 수용, 보호주의 부활을 차단하고 국제무역의 활성화를 위해 1,000억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향후 2년 동안 최소 2,500억달러 규모의 무역금융기금을 조성하는데도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조성된 기금은 수출보증이나 투자대행, 다자간 공동개발은행 등을 통해 무역금융 부문에 지원된다.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탄 받은 대형 금융기관 임직원의 보수와 보너스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일부 사안을 두고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정상회의가 금년 중 한두 차례 더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7월 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 G20 회의도 같이 열자고 제안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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