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미국과 남한에 대해 초강수를 두고 있다. 치밀한 계획과 조율 아래 움직이는 분위기다. 4월 4~8일로 예정된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미 고위급 협상과 대남 관계에서 선수를 놓치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역력하다.
북한은 30일 개성공단 체류 남측 직원 1명을 체포, 조사했다. 이어 밤 늦게 공식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동원, 남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가입 움직임을 "선전포고"라고 비난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31일 새벽에는 최근 북중 접경지대에서 체포한 미국 여기자의 기소 사실도 공개했다.
세 사안 모두 로켓 발사 정국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북한의 뜻이 담겨 있다. 개성공단 직원 사건의 경우 개성공단 북한 관계자들이 아닌 평양에서 파견된 책임자가 직접 다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발적 사안이 아닌 기획 사건이라는 냄새가 짙은 대목이다. 미국 여기자 기소 사실도 미 국무부 업무 시간에 맞춰 새벽에 보도됐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대북 소식통은 "꽃놀이패인 두 사안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평양 당국의 사전 각본과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북한의 착점은 무엇일까. 북한이 예정대로 로켓을 발사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논의가 시작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경색될 것이다. 그러나 억류 카드를 들고 있는 북한을 함부로 다루기는 힘들다.
미국은 여기자 억류 사건과 로켓 발사 문제를 분리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북미 물밑 대화가 시작되면 두 사안은 자연스레 뒤섞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위기나 아프가니스탄 문제 같은 1순위 현안에 집중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 문제는 안정적 관리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카드가 하나 더 있는 북한이 아무래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로켓 발사 이후 분위기가 정리되는 5월 정도면 미국이 뉴욕과 베이징 채널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고, 여기자 억류 사건이 원만하게 풀린다면 북미 관계에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