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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 앞둔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도 놀랄 새로운 음악들 '신선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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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 앞둔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도 놀랄 새로운 음악들 '신선한 울림'

입력
2009.04.0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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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음악 허브를 꿈꾸는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일주일 간의 여정을 마치고 4월 2일 폐막한다. 27일 개막한 올해 봄 시즌은 17개의 음악회를 통해 새로운 음악의 생산기지로서 이 음악제의 가치와 위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개막연주회는 전부 아시아 작곡가 작품으로 구성됐는데, 끝 곡으로 연주된 윤이상의 실내교향곡 1번이 매우 전통적인, 심지어 낡은 음악으로 들릴 만큼 새로운 음악들이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윤이상의 제자인 거장 호소카와 도시오의 생황 협주곡 '구름과 빛'(2008)을 아시아 초연한 것이 이 무대의 하이라이트였다. 존 케이지 등의 현대음악을 다수 초연한 일본의 세계적 생황 연주자 마유미 미야타가 협연했다. 생황의 지속음 위에서 오케스트라가 움직이는 이 작품은 생황의 신비롭고 미묘한 음색이 현과 잘 어울려 매우 근사하고 현대적인 음향을 빚어냈다.

동양 악기 생황과 서양 오케스트라, 동양 연주자와 서양 지휘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의 타이틀인 '동과 서'에 걸맞은 작품이자,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새로운 음악으로 발전하는 길이 무엇인지 보여준 걸작이기도 하다.

김지향의 '콘체르토 그로소'도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는 합주 악기군과 독주 악기군을 대비시키는 콘체르토 그로소의 형식을, 전체 편성 중 비올라와 첼로 각 1명을 1층 객석 좌우에, 바이올린 주자 2명을 2층 객석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공간적 대비로 확장했다.

리브라이히와 뮌헨 체임버의 28일 두번째 공연도 알찬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아르메니아 작곡가 만수리안의 바이올린협주곡(1981)은 같은 나라 출신 하익 카자지안이 협연했는데, 변방 소국의 애환이 깃든 듯 독특하면서도 애조를 띤 신비한 색채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유대인 작곡가 기데온 클라인이 나치 수용소에서 작곡한 '현을 위한 파르티타'(1944)는 죽음의 공포를 앞둔 격렬한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 두 곡 모두 한국 초연이다.

이날 끝 곡인 하이든의 '고별'은 4악장에서 악기들이 차례로 퇴장하고 지휘자까지 나가버려 바이올린 2대만 남아 연주하는 재미있는 전통을 지닌 곡인데, 작곡가의 위트에 객석은 즐거운 웃음과 열렬한 갈채로 화답했다. 개막 연주에 이어 이날도 리브라이히는 여러 번 커튼 콜을 받았고, 공연 후 그의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번 통영국제음악제는 한국 초연, 세계 초연, 아시아 초연 등 초연이 수십 편에 이른다. 특히 아시아작곡가연맹(ACL)의 아시아ㆍ태평양 현대음악제와 제휴, 서구의 현대음악과 더불어 아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서울에서 온 작곡 전공 대학생 은희영(서울신학대 4년)씨는 "새로운 기법과 도전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아서 많은 공부가 된다"며 "통영국제음악제는 오늘의 음악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이제 작곡가나 연주자뿐 아니라 일반 청중들에게도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 낯선 음악인데도, 청중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2002년 첫 회부터 통영국제음악제를 쭉 봤다는 통영 시민 배은실(43ㆍ공무원)씨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인구 14만의 작은 도시 통영이 이런 음악제를 한다는 게 자랑스럽고 외지에서 온 직장 동료들도 부러워한다"고 뿌듯해했다.

통영 사람들의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린 자세와 음악제에 대한 자부심은 매표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7개 음악회가 개막 전 매진돼 보조석까지 놓고 공연했다.

그중 100% 현대음악, 그것도 2000년 이후 최신작만 모은 '아시아의 젊은 작곡가들'과 일본 앙상블 '넥스트 머쉬룸 프로모션' 연주회의 매진은 주최측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나머지 공연도 거의 매진됐다.

통영=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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