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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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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2> 낮달

입력
2009.04.0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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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이문재

일터는 동쪽에 있어야 한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동트는 걸 보며 집을 나서고

노을을 향해 돌아와야 한다고 하셨다

언제나 앞이나 위에

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낮달이 떴다

늙은 아버지가 나를 낳으신 나이

나는 아직 아버지가 되지 못하고

동가숙 서가식 동문서답

그러나 낮달이 낮잠을 잘 리 없다

낮에도 하늘 가득 별이 떠 있는 것이다

낮에도 총총한 별을 생각하면

나를 관통하는 천지 사방의 별빛들을 떠올리면

내가 중심이다 너와 내가 우리가

저마다 분명하고 힘차고 겸손한 중심이다

낮달을 보며 중얼거린다

이것을 누가 당신에게 읽어 줬으면 좋겠다

당신이 이것을 누구에겐가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낮을 살피는 눈은 태양, 밤을 은은히 감싸는 눈빛은 달빛, 이렇게 낮과 밤을 쉽게 구획할 수 있을 것 같다. 낮은 노동과 의식의 세계, 밤은 휴식과 무의식의 세계, 당신은 또 이렇게 낮과 밤을 나누어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낮달은 우리가 둘로 딱 갈라놓은 시공의 틈새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한다. ‘낮에도 하늘 가득 별이 떠 있는 것이다’. 낮에도 ‘나를 관통하는 천지 사방의 별빛들을 떠올리면’, 나는 거대한 지구 공장의 교체 가능한 일개 나사가 아니라 우주의 ‘저마다 분명하고 힘차고 겸손한 중심’이다. 낮달의 메시지를 당신은 읽었을 것이다. 이제 당신이 이 쪽지를 누구에겐가 꼭 전달해주었으면 좋겠다.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 이문재 1959년 생. 1982년 ‘시운동’으로 등단. 시집 <마음의 오지>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등. 소월시문학상(2002), 노작문학상(2007)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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