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다음달 1일부터 영업시간을 30분 앞당겨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닫는다. 하지만 모든 은행이 그런 것은 아니다. 외국계인 SC제일은행과 한국HSBC, 두 곳은 개ㆍ폐점 시간을 현행(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대로 유지키로 했다. 모든 은행이 같은 시간에 문을 여닫는 관행에 익숙한 우리 금융풍토에서 두 은행만은 개ㆍ폐점 시간이 다른 초유의 광경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영업시간을 30분씩 앞당기기로 한 것은 은행 노사간 합의사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두 은행은 왜 현행 영업시간 고수를 선택한 것일까.
두 은행이 밝힌 공통적인 이유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 HSBC 관계자는 "자체 분석결과 오전보다는 오후 마감 시간 무렵에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영업 시간을 앞당길 경우 고객 불편이 클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도 "영업시간을 변경할 경우 불편하다는 고객 의견이 많았다"며 "영업시간을 변경하는 목적이 영업력 향상과 은행 성장에 부합하지 않다는 내부 의견도 있어 개ㆍ폐점시간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미국도 은행들이 고객 특성에 따라 개ㆍ폐점 시간을 달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은 두 은행의 결정에 탐탐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곳 이상의 은행과 거래를 하는 고객들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데 만약 개ㆍ폐점 시간을 달리할 경우 업무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업 고객이나 개인사업 고객들의 경우 오후 4시 이후에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두 은행이 영업확대를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떻든 두 은행의 결정은 외국계니까 가능하다는 반응들이다. 과연 국내 시중은행이라면 이런 '튀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느냐는 것.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도 애초 영업시간 변경방침에 반발했지만, 결국은 '대세'를 따르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SC제일은행과 HSBC가 영업시간을 현행대로 고수해도 결제망 운영시간(오전9시~오후5시30분) 범위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은행간 결제시스템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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