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그때 그 사람'으로 가요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던 심수봉이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았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일어난 10ㆍ26의 현장을 겪으며 비운의 시절을 보내기도 했지만 '백만 송이 장미''사랑밖엔 난 몰라' 등을 불러 최고의 대중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심수봉.
3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30주년 기념 콘서트 관련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데뷔 후 10년 동안은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던 시간이었다"며 지난 30년을 회고했다.
"지금도 가슴이 울렁이는 시간이었죠. 방송금지, 이혼의 아픔 등이 이어지면서 고통이 계속되었죠. 당시 저에게 방송사나 언론은 큰 권력집단으로 생각될 정도였어요. 그래서 한동안 방송사에 가면 서먹서먹하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10ㆍ26, 방송금지 등이 모두 현재의 심수봉을 예비한 사건들이었다고 봐요."
심수봉은 다사다난했던 가수 생활 30년을 맞으며 "인생의 쉼표를 찍은 것일 뿐, 가수로서 새로운 변화의 시기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탈출구로 노래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억눌림을 풀기 위해 무대에 섰다는 인상도 줬다고 보지만 이젠 달라요. 저에게 주어진 재능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보람 있는 인생을 산다고 느낍니다. 이제 영혼에서 걸러진 음악을 할 수 있어요."
그는 2009년 한 해 동안 서울 세종문화회관(6월 17, 18일)을 비롯해 국내외 15개 지역에서 총 30회의 공연을 갖는다. 4월 말엔 기념음반 '뷰티플 러브'도 낼 계획이다.
"이제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을 거예요.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무대에도 오를 예정입니다. 기념음반에선 예전의 심수봉과 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삶의 의미를 부여한 음반입니다. 언젠가 통일될 날을 생각하며 북한 노래를 넣었고, 우리와 정서가 닮은 이스라엘의 곡도 실을 계획입니다. 록적인 시도도 해봤습니다."
심수봉은 최근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즐겨본다고 말했다. 극중 구혜선이 '사랑밖엔 난 몰라'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단다.
"남자 배우들이 너무 잘생겼더군요. 그래서 저도 봐요. 제가 재능 있는 후배들에 관심이 많아요. 얼마 전엔 장기하씨를 만났어요. 굉장히 창의적이면서 지루하지 않게 노래를 만드는 능력이 있더군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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