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과천시청 2층의 옥상정원에는 요즘 봄 기운을 타고 화사한 봄꽃들이 경쟁하듯 피어나고 있다. 1,500㎡ 남짓한 옥상정원에 발을 내딛으면 먼저 돌로 만든 3개의 봉우리가 방문객들을 맞는다.
주봉인 명당맥에는 높이 2m, 폭 30㎝ 규모의 작은 폭포가 흐른다. 울퉁불퉁한 제주 화산석 표면에 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는가 하면, 작은 소나무를 심어 운치를 더했다.
동양식 소정원을 연상케 하는 이 곳은 '명당경(明堂景)'. 그야말로 명당의 경치이다. 남천, 파라칸사스, 자산홍, 낙상홍, 줄사철 등 관목 1,340그루에 삼지구엽초, 옥잠화, 애기원추리, 구절초, 금낭화, 매발톱꽃 등 야생화와 초화 3만7,000여 그루가 시차를 두고 피고지기를 거듭한다.
과천시청 옥상정원은 1년 전만 해도 초록색 방수페인트가 칠해진 평범한 옥상이었다. 이 곳이 녹색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도심에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통해 도시 열섬화 방지, 에너지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과천시의 생각이다.
과천시는 시청사 뿐 아니라, 시민회관과 중학교(문원중) 등의 옥상을 공원으로 변화시켰고, 2012년까지 문원초교, 중앙고 등에도 옥상정원을 만들 예정이다. 삭막한 아파트 옥상을 정원으로 꾸미고 싶은 주민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지원할 생각이다.
과천시는 2007년 8월 국토해양부와 대한주택공사가 함께 벌이는 '살고싶은 도시만들기-환경도시 분야'의 시범도시로 선정되면서 일찌감치 녹색도시에 관심을 가져왔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은 전 세계적 과제가 될 것이고, 이를 앞서 실시하는 국가나 도시는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과천시가 추진 중인 옥상정원사업도 이런 맥락에 닿아 있다. 실제 도시의 녹색화는 무더운 여름 도시의 온도를 2~3도 이상 낮추는 효과가 있다. 도시의 녹색화에 따른 에너지비용 절감도 상당하다.
과천시는 녹색도시 조성을 위해 2012년까지 시청, 시의회, 상수도사업소, 중앙고, 문원초교 등의 벽면에 담쟁이덩쿨 등을 심을 계획이다. 중앙로, 관문로, 과천대로, 청사로 등 대로변 중앙분리대의 남는 공간에도 화단을 설치하고 있다.
신(新)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양재천 도로변에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 인근 별량교의 야간조명을 켜는 전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원동 노인복지관, 관문체육공원에도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 급탕을 공급하고 있다. 2011년에는 문원동 종합복지관에 지열발전시스템도 들어설 예정이다.
자동차가 지구온난화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는 만큼, 자동차 덜 타기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과천시는 우선 시내 전체를 자전거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자전거도로 단절구간 제로화' 사업을 펴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문원중~청사로 입구까지 기존 자전거도로 이외에 청사역~중앙공원(양재천 입구), 시민회관~수자원공사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신설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시내에서는 굳이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이 아닌, 자전거만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자전거교실 운영, 공기주입기 및 자전거보관대 설치 확대 등 다양한 후속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천시의 기후변화대응사업이 주목 받는 이유는 관 주도에서 벗어나 일반 시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했기 때문. 대표적인 사례가 기후변화대응 시범학교와 기후지도자 양성 과정이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관내 학교에 신재생에너지 이용시설 설치 지원은 물론,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교육시킨 뒤 이를 실천프로그램과 연계하고 있다.
실제 과천시는 친환경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가정에 돌아가 절전형 전구로 교체하기, 불필요한 전등 끄기 등을 1년간 실천하게 한 뒤,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의 가정에 비해 어느 정도 효과를 얻었는지 연구하고 있다.
지역 여건을 잘 이해하는 시민들 중에서 선발하는 시민기후지도자는 지역과 연계한 고용 창출 사례로도 주목된다. 과천시는 지도자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수료한 30여명을 향후 시민강사로 활용, 환경교육지도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춘 기후변화대응팀장은 "생활 속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야 말로 살고싶은 도시만들기의 핵심"이라며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유ㆍ무형의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진정한 돈 버는 도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안상욱 住公 도시만들기 지원센터 팀장
"2013년 우리나라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미달한 나라에 온실가스 배출권리를 사고 파는 탄소배출권이 산업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와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한주택공사 도시만들기 지원센터 안상욱(49) 팀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온실가스 배출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친환경 첨단기술 개발에 박차를 기한다면, 세계적인 불황이라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팀장은 "최근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살고싶은 도시만들기'를 위한 시범도시(7개), 시범마을(16개), 성공모델지원사업(3개)을 지정, 144억원의 지원비를 배정했다"며 "지자체별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거나 추후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인천 부평구는 굴포천에 역사문화 건강생태 디자인을 테마로 한 기후변화 체험관을 조성한다는 테마가 돋보였고, 대구 중구는 도심에 근대역사 문화공간을 만든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예술을 통한 품격문화도시 조성(울산 남구) ▲탄소제로 외곽 환승체계 구축(충북 청주시) ▲논산역 주변 입영추억거리 조성(충남 논산시) ▲1,000년의 역사문화가 숨쉬는 거리(전남 순천시) ▲건강활력 충전을 위한 자연치유센터 건립(경남 거창군) 등이 시범도시로 선정됐다.
안 팀장은 "폐자재가 방치된 곳에 돌산공원을 가꾸거나 봉황춤, 공예, 삼베길쌈 등 테마체험마을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마을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며 "시범도시의 성공적인 정착은 도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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