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산하 국립 5ㆍ18민주묘지관리소가 광주 북구 운정동 5ㆍ18묘지 내에 직원용 미니 골프연습장을 설치했다가 5월 단체와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철거했다.
관리소 측은 27일 묘지 내 관리소 건물 옆에 있는 편의점 바로 뒤편에 가로 3m, 세로 4.3m, 높이 2.5m의 철제기둥을 세우고 녹색 그물망을 씌운 미니 골프연습장을 설치했다.
평소 잦은 야근과 의전지원 등으로 인해 체력단련 시간이 부족한 직원들과 묘지를 찾는 참배객들이 짬을 내 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새로 부임하면서 "다시 찾는 국립묘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김명한 관리소장은 골프연습장 설치를 위해 사비 10만원을 지원하고 자신이 쓰던 골프채와 골프공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5월 단체와 시민들은 "5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욕되게 하는 행위"라며 크게 반발했다. 5ㆍ18유족회의 한 관계자는 "5ㆍ18민주묘지를 광주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더니 고작 한다는 게 골프연습장을 설치하는 것이었냐"며 "아무 생각 없는 공무원들의 천박한 역사인식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못해 서글프다"고 말했다.
관리소 측은 5월 단체 등의 반발과 비난이 예상외로 거세자 30일 골프연습장을 철거했다.
관리소 관계자는 "직원들이 묘지에서 근무하다 보니 기분이 울적해지기 쉬운데다 야근도 많은 탓에 운동할 시간이 없어 직원들의 체력단련을 위해 골프연습장을 만들었다"며 "특히 직원뿐만 아니라 참배객들도 골프연습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묘지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보려 했던 게 다소 오해를 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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