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ㆍ29 재보선 전주 덕진 공천문제를 둘러싸고 정세균 대표와 정 전 장관측의 기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30일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그랬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비롯한 야당탄압 정국에 대한 '비상의총'이었지만, 정 전 장관측은 작금의 정국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덕진 공천문제를 꺼내 들었다.
정 전 장관측 최규식 의원은 의총에서 "의원 14명이 정 전 장관 공천에 동의했고, 비공개로 동의한 의원들을 합치면 3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압박했다. 강창일 장세환 이종걸 등 비주류측 의원도 "당의 분란을 막기 위해선 공천을 줄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당 지도부의 출마 불가론에 맞서 '당심론'을 주장했던 정 전 장관측이 공천 문제를 공론의 장에 올리는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정 전 장관이 27일 전주로 내려간 것은 여차하면 무소속 출마도 감행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최근 판세를 보면 정치인생을 건 정 전 장관측이 더 공세적이다.
하지만 아직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형국은 아니다. 정 대표 주변의 당권파와 386 인사들이 의총에서 맞대응을 자제한 것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공천 칼자루는 여전히 정 대표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 추이를 지켜보다 마지막 순간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물론 의총에선 "이 당에는 주류와 비주류만 있는 게 아니다"(이석현 의원) "특정인의 명분을 위해 당이 간다면 4월은 물론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자체 선거는 패배가 확실하다"(박지원 의원) 등 양측 모두를 겨냥한 양비론도 있었다. 정 대표가 받는 압박이 더 크겠지만, 그렇다고 뒤로 물러서게 할 정도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정 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을 통해 "당 대표로서 내게 주어진 임기 내엔 이번 재보선 뿐만 아니라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가 있고 여기에서 승리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을 강조함으로써 공천불가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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