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고등어와 가을고등어는 다르다. 수표면 가까이 난류를 따라 이동하는 부어(浮魚)인 고등어는 4월과 10월 우리나라 남해안에 많다. '4월 고등어'는 산란(5~6월)을 위해 북상하는 중이어서 살이 푸석푸석하고 기름기가 없다. 여름철 북쪽에서 체력을 보강한 후 남하하는 '10월 고등어'가 진짜 고등어다. 봄고등어는 어부들도 잡지 않으려 하는데, 연안에서 멀지 않게 이동하니 어선들이 피해 가기도(?) 쉽지 않다. 어종이 다양하지 않은 북대서양에선 봄이면 멍청한 고등어들이 그물을 독차지해 다른 생선을 맛보기 어려울 정도다.
■16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흔하고 천덕꾸러기인 물고기가 '4월 고등어'였다. 4월 1일이 프랑스의 민속명절 격인 만우절인데, 그날 거짓말에 속아 멍청한 짓을 하는 사람을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 즉 '4월의 물고기'라 불렀다. 사방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경험하게 되는 것, 귀찮고 껄끄럽지만 특별한 손해를 주지 않는 것, 생활 속의 거짓말로 웃어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금세 알 수 있는 거짓말에는 프랑스적인 유머와 위트가 내포돼 있다. '4월의 바보(April fool)'가 된 당사자도 함께 유쾌해 했다.
■옛 유럽에선 봄이 시작되는 4월을 새해로 삼았다. 1564년 프랑스 국왕이 새 역법을 도입, 지금처럼 1월 1일을 신년으로 발표했으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4월 1일에 파티를 하고 선물을 교환했다. '고등어 같은 백성'이라고 놀림 당했던 그들은 일부러 거짓 파티를 열고 텅 빈 선물꾸러미를 보내 앙갚음을 했다고 한다. 만우절이 각박하게 진화하면서 몇 년 전엔 외국의 한 TV가 4월 1일에 'MS 빌 게이츠 회장 피살' 뉴스를 내보내기도 했다. 거꾸로 홍콩 영화배우 '장국영 자살(2003.4.1)'에는 "이 뉴스는 진짜"라는 주석을 달았다.
■우리나라엔 1940년대 초에 소개됐다는데 그 땐 만우절이라도 "일본이 망했대"라는 말은 못했을 게다. 어릴 적 교실 칠판에 "선생님 절대 안 무서워요"라고 커다랗게 적고, 그 밑에 조그맣게 '만우절'이라고 썼더니 선생님께서 환하게 웃으셨던 기억이 있다. 거짓임이 금세 드러나게 해야 하고, 감동과 재치가 있어야 만우절 거짓말이 된다. 그렇다면 잠시 '고등어'가 되어주는 일도 괜찮겠다. 하지만 남들에게 불쾌감과 피해를 준다면 진짜로 거짓말이 된다. 112나 119 전화로 허위신고를 하는 짓 등은 '만우절 놀이'가 아니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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