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삼월 우리 국민들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영웅들이 있었기에 20일간 행복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경기 침체로 시름에 젖었던 우리 국민들은 WBC 영웅들의 활약으로 한때 나마 고단한 삶을 잊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팀을 꾸려 출전한 WBC 야구대표팀이 일본 멕시코 베네수엘라를 차례로 꺾고 결승까지 올라'하면 된다'는 꿈과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WBC 대표팀이 쾌거를 이뤄내자 일부에서 병역특례를 주자는 주장을 들고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WBC 대표팀의 선전과 쾌거는 칭찬을 받아 마땅하지만 문제는 현재 규정상 WBC 대회는 병역특례에 포함되는 대회가 아니라는 데 있다.
몸값만 해도 수십 배 차이가 나는 메이저리거들을 이기는 기적을 이뤄낸 데는 물론 선수들의 투혼과 기량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지 동포들과 수많은 국민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WBC 기적을 이뤄내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는 것을 선수들도 인정해야 한다.
병역특례가 어려운 것은 현행 법규에 없다는 것 때문이다. 한일월드컵 16강이나 제1회 WBC 4강 때는 한시적으로 병역특례를 주었다. 그러나 2007년 12월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올림픽 3위 이내 입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한해서만 혜택을 주기로 입장이 정리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또 즉흥적으로 '큰 일을 해냈다'고 예외를 인정, 소급 적용하면 법 정신에도 어긋난다. 이미 WBC 대표팀은 대회 상금과 포상금으로 60억원 가까운 대박을 터트려 1인당 2억원 가까운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대표팀이 경제가 어려운 때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을 세웠다면 훈장을 주면 될 것이지 28명중 4명에 불과한 소수를 위한 법 개정은 곤란하다.
게다가 민감한 사안을 청와대 오찬에서 한 선수(물론 병역특례 대상자는 아니지만)가 직접 대통령에게 요청했다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다. 감독이나 코치 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가 나서야 되는 사안을 굳이 선수가 꺼냈다는 것은 후배사랑으로 치부하기에도 지나치다.
현행 규정상 병역 특례는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1위로 한정돼 있다. 이 조항 자체도 개인적으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종합대회여서 메달 집계로 국가의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가중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종목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기가 훨씬 어렵다. 병역특례 조항을 개정하려면 먼저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포함시켜야 한다.
일부에서는 야구가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됐다고 강변하지만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야구의 특성상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놓고 일본과 경쟁하는 2강 구도로 볼 때 금메달 확률은 50% 가까이 된다. 이미 우리는 98방콕아시안게임과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바 있지 않은가. 아무리 선의의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규정을 고쳐 소급 적용하는 것은 편법이다.
WBC 대표팀은 평균 연봉 2억원대의 나름대로 성공한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더욱이 그대들은 야구를 시작할 때의 목표였던 태극마크와 프로진출, 세계정상이라는 꿈을 이룬 행복한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잔반과 수 만원의 월급에 청춘을 바쳐가며 전방 철책을 지키는 우리 젊은이들의 신성한 국방의무도 WBC 쾌거에 결코 못지않다는 사실이다. 자꾸 병역특례를 거론해 WBC의 쾌거에 흠집을 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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