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의 남측 직원을 조사하는 것을 두고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물론 우연한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반도 긴장 지수가 한껏 올라간 시점이어서 북한의 의도된 행동이라는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북한의 인공위성(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미국 여기자 억류 문제 등과 겹쳐 상황이 꼬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이전에도 수차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지역의 남측 인원들을 조사한 적이 있다. 북한은 30일 남한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 직원을 조사하는 이유에 대해'우리 공화국 정치 체제를 비난하고 (북한) 여성 종업원을 타락시켜 탈북시키려고 책동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 직원에 대해 문제 삼는 주요 포인트는 북한 여성 종업원과의 사적 문제"라며 "그가 했다는 '체제 비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건 자체만 보면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심각한 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도 "수일 만에 해프닝으로 끝날 개연성이 높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이번 사태를 공론화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이 직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자 마자 조사 이유 등을 자세히 밝힌 통지문을 보내 왔다. 2006년 무렵 북한 여성 직원과 비슷한 문제를 일으켰던 남측 직원을 조용히 돌려보냈을 때와 다른 태도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4월 4~8일)를 코앞에 두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손 쉬운 방법을 택한 것 같다"며 "개성공단 출입제한 조치 이후에도 개성공단의 주도권은 북한이 쥐고 있다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사건을 남한에 대한 카드로 활용하려 할 경우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남측 직원을 조사하는 근거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체류 관련 합의서'와 '개성공업지구 출입체류규정 시행규칙'을 들었다.
이 합의서 10조에 따르면 '남측 인원이 지구와 관련한 법질서를 위반하면 이를 중지시킨 뒤 조사하고 위반 내용을 남한에 통보하며,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 범칙금 부과, 추방 등 조치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키 리졸브' 한미 연군사훈련 기간 세 차례나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해 개성공단 출입 관련 합의서를 사문화시킨 북한이 다시 합의서를 들먹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래저래 "개성공단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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