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불과 며칠 전, 그의 조카사위에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50억원을 건넨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고 한다. '박연차 게이트'가 마침내 '끝의 시작'에 이른 느낌이다. 지난 정권 실세 등 정ㆍ관계 안팎을 넘나들던 스캔들은 노 전 대통령이 짐짓 침묵 모드로 칩거하고 있는 봉하마을 사저 문지방을 성큼 넘어섰다. 그런 만큼 '시골 형님' 노건평 씨를 비롯해 왜소한 주변 인물의 그늘에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됐다. 그답게 직접 국민 앞에 나와 진실된 해명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8년 2월 태광실업의 홍콩 자회사 자금 500만 달러를 노건평 씨의 사위 연모 씨에게 송금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송금사실 자체를 몰랐다"며 "박 회장이 연 씨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으나 곧이 듣기에는 어설프다. 지금껏 '검은 돈' 거래로 의심 받은 것 가운데 가장 큰 뭉치가 몇 다리 건너 조카사위에게 흘러간 사실은 오히려 대통령 퇴임 이후를 배려한 위장 송금이라는 의심을 부추긴다. 그게 상식과도 가깝다.
물론 50억원이 노 전 대통령을 위한 것인지, 또 불법거래인지는 사법적으로 엄밀하게 따질 일이다. 검찰이 정부를 위해 '노무현 죽이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흘려 들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뒷말에 귀 기울이기에는 노 전 대통령 주변과 본인의 비리 혐의와 의혹은 실로 민망한 수준이다. 자나깨나 도덕성을 치켜든 정권 주역들의 추한 본색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에 얽매여 진실을 거부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스캔들의 본질은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과의 관계를 허울로 삼아 이권과 뇌물을 주고받는 '검은 돈' 정치를 답습한 의혹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보면, 노건평 씨는 기실 추한 거래의 거간 행세를 하고 떡고물을 챙긴 조연일 뿐이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별 볼일 없는 형님'과 '순수한 후원자'가 모두 구속된 마당에 그 그늘에서 침묵하는 것은 옹색한 처신이다. 그나마 남은 진실성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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