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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짝퉁 부품시장을 가다/ <상> 위협받는 한국 국가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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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짝퉁 부품시장을 가다/ <상> 위협받는 한국 국가 브랜드

입력
2009.04.0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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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2시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세계 최대 자동차 짝퉁 부품 도ㆍ소매시장인 '시자오(西郊) 부품상가'. 짝퉁 부품 유통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대모비스 직원과 함께 잠입취재를 시도했다. 손님을 가장해 상가로 들어서자, 단속반원을 의식한 탓인지 경비원과 점포 직원들이 힐긋힐긋 쳐다본다. 짝퉁 부품 거래가 실제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순정 부품을 판매한다'고 안내문을 내건 점포로 들어가 흥정을 해봤다.

현대모비스 직원이 "현대차의 구형 '쏘나타' 부품을 구하러 왔다. 램프부품이 필요하다"고 말을 건네자, 점원은 위아래로 훑어보며 대뜸 "어디서 온 사람들이냐"고 반문한다. 수시로 단속을 당해서인지 쉽게 정체를 들어내지 않았다. 재차 한국 상인임을 강조하며 부품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제서야 의심을 풀고는 차량용 램프를 꺼내온다. 점원은 "쏘나타에 장착되는 램프인데, 가격은 198위안이다. 가격, 수량에 맞춰 얼마든지 제작이 가능하다"며 흥정을 시도했다. 불과 10여분에 만에 짝퉁 부품이 유통되는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짝퉁 부품'의 천국이기도 하다. 그간 중국에서는 가방과 옷 등 명품 소비재를 중심으로 짝퉁이 성행했으나, 요즘 들어 자동차 전자 기계 등의 기술 향상으로 각종 산업의 짝퉁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최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변모하면서 자동차 짝퉁 부품이 광범위하게 생산ㆍ유통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짝퉁 부품 생산지는 전국에 걸쳐 있지만, 특히 창저우(常州), 원저우(溫州), 광저우(廣州) 3곳에서 성행한다. 창저우는 범퍼 램프 등 플라스틱 부품류, 원저우는 디스크 패드 등 철제 부품류, 그리고 광저우에서는 오디오 전자지도 등 전장 부품을 주로 생산한다. 이들 지역에서 생산된 짝퉁 부품들은 베이징과 상하이(上海)를 통해 중국 전역에 유통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 짝퉁 부품 생산은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 브랜드에 비해 심각한 상황이다. 2007년부터 중국에서 현대차, 기아차 등의 한국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짝퉁 부품 생산 및 유통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필터와 같은 단순 소모성 부품에서 벗어나 범퍼처럼 가격이 비싼 부품과 프레임, 엔진 등 핵심 부품으로까지 짝퉁 생산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이달 초 현대모비스가 중국 전역에서 현지 공안과 함께 짝퉁 부품을 단속한 결과, 현대차와 기아차의 엔진 뿐만 아니라 트랜스미션, 철제 프레임까지 짝퉁 제품이 생산ㆍ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모비스 베이징법인의 조봉현 부장은 "최근 중국의 짝퉁 부품 제작 업체들은 대형 수출업체들과 손잡고 해외 수요처를 확보한 후 과감한 설비투자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범퍼와 램프까지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국산 짝퉁 부품들이 현지 수요에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는 데 있다. 중국의 짝퉁 부품들은 주로 닝보(寧波)항을 통해 한국산 중고차가 많이 공급된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과 중동, 남미 등에 대거 수출되고 있다. 중국산 짝퉁 부품의 원산지가 한국으로 뒤바뀐 채 제 3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자동차'라는 한 기업을 떠나 'KOREA'라는 국가브랜드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 KOTRA 관계자는 "짝퉁 부품이 수출된 현지 시장에서 품질 문제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여파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 상품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모비스 상하이법인 최진식 부장은 "중국 짝퉁 부품 생산 및 유통 조직의 경우 점조직 형태로 운영돼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짝퉁 자동차 부품의 생산 및 유통은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브랜드에까지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과 정부가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ㆍ상하이=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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