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피겨퀸'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마르고 닳도록…." 강심장으로 소문난 김연아(19ㆍ고려대)의 왼쪽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피겨여왕은 오른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가 탄생했다. 1905년 현동순이 한국인 최초로 스케이트를 신은 지 104년 만에 나온 쾌거. 김연아가 29일(한국시간)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세계신기록(207.71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전 기록은 아사다 마오(일본)가 2006년 기록한 199.52점이다.
명실상부한 피겨여왕이 된 김연아는 전날 규정종목(short program)에서 세계신기록(76.12점)을 세운 데 이어 이날 자유종목(free skating)에서도 131.59점으로 1위가 됐다.
은메달을 목에 건 캐나다의 조아니 로셰트(191.29점)와 동메달을 차지한 일본의 안도 미키(190.38점)를 무려 16점차 이상 따돌렸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자 아사다(188.09점)는 엉덩방아를 찧은 탓에 4위에 그쳤다.
페르시아 왕비 세헤라자데를 연상시키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연결 점프를 깨끗이 성공시켰다. 기본점수 9.50점에 가산점 0.40점을 받은 김연아는 이어진 '이나바우어'와 더블 악셀(공중 2.5회전)까지 성공했다.
김연아는 총 12개 동작 가운데 10개동작에서 가산점을 얻었다. 약점인 트리플 루프대신 더블 악셀을 선택한 보람이 있었다.
실수는 딱 두 번 있었다. 8번째 동작 트리플 살코에서 회전이 부족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마지막 스핀 연결 동작에서 플라잉 스핀이 빠졌다는 판정을 받았다. 스핀 연결 동작은 기본점수가 3.50점. 따라서 실수만 없었다면 210점대 기록이 나올 뻔했다.
김나영(19ㆍ인하대)은 131.50점으로 17위를 차지했다. 김연아와 김나영의 선전으로 한국은 2010밴쿠버동계올림픽과 2010세계선수권 출전권을 2장 확보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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