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9 재보선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여야의 고민은 깊다. 예년 같으면 공천을 매듭짓고 치열한 '공중전'을 펼쳤을 것인데 지금 여야는 공천의 길목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당내 갈등, 파괴력이 엄청난 박연차 리스트 수사 등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재보선 대상은 울산 북구, 경북 경주, 전주 완산갑, 전주 덕진, 인천 부평을 등 5곳이지만, 여야는 그 단순한 퍼즐을 풀지 못하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속도를 내고 있다. 공천심사위는 29일 경북 경주에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을 공천키로 확정했다. 문제는 최근 공심위에 보고된 여론조사에서 친박 인사인 무소속 정수성 예비역 육군대장이 20% 안팎으로 앞서고 있다는 점. 전주 완산갑과 전주 덕진도 각각 태기표 전 전북 정무부지사와 전희재 전 전북 행정부지사의 공천이 확정됐다.
공심위는 이날 부평을과 울산 북의 경우 당초 4배수에서 2배수로 압축하려 했지만 다음달 1일 재논의키로 했다. 경제살리기 선거라는 주제에 맞게 경제인을 영입하려고 했지만 울산 북의 경우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박수철 현대자동차 상무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울산 북은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3명이 거론된다. 부평을은 이재훈 전 지경부 차관 등 4명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인지도가 10% 안팎에 머물러 있는 점이 걱정거리다.
한 공심위원은 "전략공천 지역은 부평을과 울산 북 등 2곳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켜본 후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여러 변수가 있다는 뉘앙스다.
민주당의 시름은 더 깊다. 이번 재보선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 5개 지역 중 영남 2곳을 제외한 3곳에서 의석을 추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공천의 가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공천여부를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데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따라 신주류의 주축 의원들이 낙마할 위기에 처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 전 장관은 지난주 정세균 대표와 회동을 가졌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전주로 내려간 상태다. 이는 공천 배제 시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이지만, 지도부는 공천을 주지도 않고, 다른 대안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는 어정쩡한 처지다.
한광옥 고문의 전주 완산갑 공천 문제도 골칫거리다. 당은 5배수로 후보를 추려 경선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한 고문은 지역 여론조사의 강세를 바탕으로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만일 두 거물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당이 분열되는 모습으로 비쳐져 최대 승부처인 부평을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심이 깊다. 게다가 부평을의 경우 마땅한 후보 영입도 미뤄지고 있어 최악의 경우 한 곳도 건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고성호 기자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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