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은 졸업하면 바로 결혼해야 한다" "영어공부 할 돈으로 성형수술이나 해라". 대학 수업시간에 교수가 이런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면 어떨까.
서울대 약대 명예교수 겸 모 사립대 석좌교수가 전공수업 시간에 여성을 비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일삼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서울대 모 단과대 학생은 지난 22일 교내 인터넷 게시판 스누라이프에 '여자 외모 계속 얘기하는 교수'라는 제목으로 이 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학생은 글에서 "수업은 안하고 '성형을 하라'는 둥 언짢은 이야기만 해서 화가 났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하루 만에 댓글이 60여 개 달리고, 수업을 듣고 있거나 들었던 학생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한 학생은 "'여대 학생들은 수업 전에 음료수를 갖다 놓는데 우리 과는 그런걸 못 봤다'며 '애교가 없다'는 등 여학생들을 타박했다"고 썼다.
한 학생은 "교수가 한 여대에서 전공과목 시험 문제로 '여자가 결혼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왜 연애가 중요한가'에 대한 문제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자신의 외양을 발전시키기 위한 내용의 보고서를 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제출하도록 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학부모가 총장실에 전화를 걸어와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일도 있었다.
해당 교수는 "특정한 과학적 현상을 다루는 전공 특성을 고려해 화장이나 피부에 대한 얘기를 한 것은 이상하지 않다"며 "공부만 하지 말고 인생을 전반적으로 생각하라는 의미에서 다른 얘기를 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김명환 서울대 교무처장은 "이미 정년퇴임을 한 교수라 징계를 할 수는 없으나 단대 측에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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