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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회보장과 국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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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회보장과 국민의식

입력
2009.03.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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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화와 노령화의 진전으로 사회보장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그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보장 지출은 아직 낮은 수준이어서 우리는 OECD 국가 중 터키, 멕시코와 함께 사회보장이 가장 미흡한 나라로 분류되어 있다.

부모를 부양하는 문화적 배경, 경제발전 수준, 사회보장이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정부의 판단이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사회보장 확대를 절실히 원했다면 이는 예산편성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사회보장 확대를 반기지 않는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개인자산과 저축에 미래 의존

실제로 지난 정부는 사회보장 확대와 이를 위한 증세를 제기했다가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바 있었다. 왜 우리는 사회보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낮을까.

첫째,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쓸 것이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사회보장 확대를 위한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내는 데에 인색해지는 것이다. 사회복지 예산을 공무원이 횡령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으니 그 불신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국민이 세금을 싫어하는 것이야 동서고금 에 공통이지만, 우리의 조세저항은 결코 낮은 편이 아니다. 현재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30개 OECD국가 중 26위이고, 사회보장을 포함한 국민부담률 순위는 29위로 최하위권이다. 스웨덴, 덴마크에서 소득의 50% 이상을 내는 것은 정부가 그 이상 국민에게 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나라에서는 '집'이 사회보장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저축을 늘려야 하므로 높은 사회보장 지출을 부담스러워 하게 되며, 일단 집을 장만하면 퇴직 이후 생활은 집을 줄여 대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집은 일종의 개인연금 기금이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은 자발적 사회보장세인 셈이다. 문제는 내 집 마련에 실패하는 계층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자가점유율은 60% 정도이며 도시에서는 52%에 불과하다. 또한 집에 대한 과도한 소유 욕구로 부동산 가격이 더 높아진다는 점도 문제이다. 전체 가구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은 대체로 8대2였으나 최근 금융자산의 상대적 몰락으로 부동산이 거의 90%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셋째, 농경사회의 가족중심 문화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자녀에게 주는 유산과 교육비가 많다는 점도 사회보장 필요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사회보장 제도란 자녀세대가 빈곤에 빠질 가능성에 대비한 보험의 성격을 갖는데, 우리 국민은 사회보장제를 강화하기보다는 그 돈을 유산이나 교육비의 형태로 직접 자녀에게 주는 쪽을 택한다. 문제는 그런 능력이 없는 가구도 많다는 점이다. 또한 과도한 교육비가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며, 사회적 계층이동의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우리는 사회보장보다는 개인저축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패로 삼고 있다. 공교육을 위해 세금을 더 내기보다는 그 몇 배 되는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 수돗물 값 인상에는 반대하면서 정수기를 사거나 생수를 사 마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이 각자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저축률을 높이고 근로의욕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규모의 경제가 없어 개인별 비용이 더 들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단점이 있다.

선진국 향한 의식변화 절실

중진국까지는 개인저축에 의한 사회보장이 유효하였다. 그러나 선진국이 될수록 사회적 통합이 국가경쟁력의 주요한 변수로 등장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갈등은 사유재 중심의 성장에서 비롯된 바 크다. 이는 사회보장 등 공공재 확충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 그러나 사회보장이 확충되기 위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국민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교수 · 미래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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