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부장 이인규)는 27일 박연차(64ㆍ구속기소)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한나라당 박진(53) 의원을 소환 조사했다.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여당의 현직 의원이 검찰에 소환되기는 처음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3월 베트남 국회의장이 포함된 경제사절단의 한국 방문 행사에서 박 회장의 요청으로 강연을 한 뒤 달러화로 수천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과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50분 출석한 박 의원을 상대로 불법자금을 받았는지,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박 회장과는 행사에서 인사를 한번 나눴을 뿐 별도로 전화통화를 하거나 금품을 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오후 9시께부터 2~3시간 동안 박 의원과 박 회장을 대질신문하기도 했다. 검찰은 당초 박 의원을 일단 귀가시킨 뒤 28일 다시 불러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를 하려 했으나, 박 의원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구치소에 있던 박 회장을 급히 불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자정 무렵까지 박 의원을 조사한 뒤 28일 새벽 돌려보냈으며 사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검찰은 전날 소환에 불응한 민주당 서갑원(47) 의원에게 이날 출석해 줄 것을 재차 요청했으나, 서 의원은 국회 일정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28일이나 29일 출석 가능 여부를 놓고 서 의원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또 '29일 현직 의원 1명 조사'를 목표로 또다른 의원 2,3명과도 소환 일정을 조율해 왔으나, 결국 이들 모두로부터 출석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중에는 그 동안 전혀 거론되지 않은 인물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구속되자 의원들이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 주에는 새로운 인물을 소환하기보다는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과 송은복 전 김해시장, 추부길 전 청와대홍보기획비서관 등 구속된 피의자들을 차례로 기소하는 한편, 공소 유지를 위한 보강조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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