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정대근(복역중) 전 농협중앙회장이 현직에 있을 때 현역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위세가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정치인 금품 로비 여부를 추궁하는 수사팀에 "내가 왜 로비를 하느냐. 부탁은 의원들이 해야지, 내가 그들에게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참여정부 핵심 실세였던 민주당 이광재(구속) 의원에게도 사실상 반말을 했고 이 의원은 그를 깍듯하게 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에게 돈을 줄 때도 "이 의원 왔어? 이거 쓰시오"라며 용돈을 주듯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위세의 배경에는 '표'로 직결되는 240만 명의 농협 조합원들과 정 전 회장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는 검찰에서 "의원들이 지역구를 방문할 때 나를 데리고 가면 표를 얻는데 굉장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비리로 물러난 상황인데도 정 전 회장에게 농협 임원이 굉장히 깍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카리스마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전 회장이 박 회장한테서 받은 250만 달러(약 34억원)는 대부분 아들이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 결과, 정 전 회장 아들은 홍콩 호화주택 구입에 180만 달러, 주식투자에 20만~30만 달러, 고급시계 구입에 20만 달러를 사용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