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늬 지음ㆍ허구 그림/채우리 발행ㆍ112쪽ㆍ8,500원
어른들의 세상에도 왕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어린이가 몇 명이나 될까.
출산 휴가를 떠난 담임선생님을 대신해 새로 온 김꼭지 선생님은 참 이상하다. 점심시간에 교무실에 가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식물도감을 읽는다. 수업이 끝나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아이들 사이에 끼어 청소를 돕는다.
주인공 연두는 교무실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축 처진 어깨와 어두운 얼굴로 혼자 있는 김꼭지 선생님을 보게 된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설 때면 선생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밝고 활기찬 모습이다.
이 책은 따돌림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주는지 새로 부임한 왕따 선생님을 통해 섬세하게 그려낸다. 2년 전 처음 전학왔을 때 왕따를 당했던 연두는 선생님을 지켜주기로 결심한다. 그 과정에서 예전의 상처를 덜어내고 같은 아픔을 겪는 친구 명국이를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게 된다.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어른들 세계의 묘사가 인상깊다. 기간제 교사인 김꼭지 선생님을 교사들이 왕따 시키는 모습을 통해, 패거리문화를 형성하는 어른들의 '아름답지 못한'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린이는 이를 지켜보며 따돌림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느낀다.
어린시절 외톨이의 기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가끔 슬픈 꿈으로 어른이 된 우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더 이상 그런 슬픈 꿈을 꾸는 어른들이 없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
정영명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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