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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리스트' 회오리/ '박연차 후폭풍' 여야 역학구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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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리스트' 회오리/ '박연차 후폭풍' 여야 역학구도 바뀌나

입력
2009.03.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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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리스트 폭풍이 '정치권 개편'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정당 창당 등의 정계개편이 아니라 정치권의 역학구도, 흐름, 행동양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정의 매서운 칼날 앞에 여당 내 다른 목소리는 잦아들고 민주당은 친노세력 쇠퇴를 통한 구조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경우든 여의도 정치권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한나라 '靑高黨低' 힘 세지는 MB

거대한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지형이 바뀐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그렇다. 한나라당 의원 몇 명이 다쳤느냐는 수준을 넘어 여권 내 역학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파워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최측근이 연루됐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청고당저'(靑高黨低)의 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사실 이 대통령은 주요 당직을 맡은 적도 없고, 계파 보스를 지낸 적도 없다. 여의도 정치에서는 뿌리가 없는 아웃사이더였다. 대중적 지지, 보수세력의 지원이 힘의 원천이었기 때문에 지난해 '촛불'로 상징되는 민심이반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총선에서 친이 세력으로의 재편을 시도했으나 사실상 실패했고 그 결과는 친박 세력의 확장과 계파갈등이었다. 이번 수사는 이런 구조에 일대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속된 말로 상당수 의원들이 여권 핵심부의 눈치를 보며 납작 엎드려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집권 1년 차에 공개적으로 MB의 국정철학에 반기를 들던 의원들이 이번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이 연루된 사실이 수사가 아닌 언론보도나 다른 경로를 통해 드러나 검찰 수사의 편파성이 문제된다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지금 박연차 리스트에는 부산ㆍ경남(PK) 정치인들이 올라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는데, 이 지역이 공교롭게도 친박계 인사들이 많은 곳이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결과적으로 친박계가 많이 다칠 수 있는데, 만에 하나 표적수사 논란이 여론을 타게 되면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실체적 내용만큼이나 얼마나 엄정하게 진행되느냐가 여권 내 역학구도 변화에 큰 영항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 민주당 '權不五年' 힘빠지는 親盧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민주당에 미친 영향은 단순히 당내 유력 정치인 한 두 명을 잃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먼저 당내 친노(親盧) 진영을 사실상 몰락의 위기로 몰아넣는 중요한 정치적 변화를 초래했다. 현재 친노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이광재, 서갑원, 최철국, 백원우 의원 등 4,5명이다. 수적으론 열세이나 정세균 대표와 제휴함으로써 신주류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중 이 의원이 이미 구속과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서 의원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최 의원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리스트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말 세종증권 인수비리로 구속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후원자 정화삼씨,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됐거나 수사대상에 오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포함하면 친노 진영은 거의 초토화된 것이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려던 친노 그룹이 이번 수사로 사실상 퇴장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도덕성이 무너진 마당에 친노 혹은 참여정부 정신의 계승 같은 것을 내걸고 의미있는 무엇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시사평론가 유창선)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친노그룹의 신당창당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젠 완전히 동력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당내 유력 386 의원이 수사의 타깃이 됐다는 점에서 386 그룹의 위상 변화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정 대표가 주변의 386 그룹에 둘러싸여 자의반타의반으로 당을 운영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노ㆍ386과 대척점에 서 있는 정동영 전 장관의 복귀와 맞물리면 의외로 공명(共鳴)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일할 사람이 없어져 걱정"(한 재선의원)이라는 안타까운 시선도 적지 않다. 소수야당에서 편가르기 할 때가 아니고 일단은 똘똘 뭉쳐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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