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하다 못해 패닉 상태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로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구속되고, 한나라당 3선 중진인 박진 의원이 검찰에 소환되자, 여야 정치권은 충격 속 황망한 표정만 짓고 있다. 특히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해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줄소환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다음은 누구냐"는 얘기로 여의도가 술렁이고 있다.
박진 의원 소환은 박 회장의 자금살포가 부산ㆍ경남(PK)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불길한 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이 깨끗한 이미지를 구축한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아 온 터라 충격은 더 크다. 한 여당 관계자는 "박 의원 소환은 박연차 리스트의 파괴력이 메가톤급 이상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는 "여야 의원 10여명이 수사대상"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전직 의원까지 합치며 20여명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란 미확인 정보도 나돈다. 전ㆍ현직 의원 20여명의 이름이 적힌 문건이 '박연차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의원회관을 떠돌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태광실업 베트남 공장을 한번이라도 방문한 정치인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수상대상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박 회장이 베트남을 찾은 의원들은 특별히 챙겼다는 얘기가 있다. 베트남에 갔다 온 의원들은 예외 없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더 폭발력있는 얘기를 했다. 그는 "조만간 야당의 거물급 의원을 검찰이 부른다더라"고 말하고 "현 정부의 고위직 인사도 박연차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다더라"며 실명을 거론했다.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여의도의 소문이나 여권 인사의 언급이 맞아 들어간다면, 이번 사건이 정치인 30여명이 검찰로 불려갔던 1997년 한보 사건의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박진, 이광재 두 의원만으로도 난리가 났는데 실제 10~20명의 연루가 확인되면 여의도는 초토화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수사에 불을 지폈다. 그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박연차 리스트는 노무현 정부하의 비리의 저수지"라며 "검찰이 그 저수지에서 물 빼는 작업을 하고 있고 물을 빼다 보면 큰고기도 있을 수 있고 작은 고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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