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6일 정계은퇴까지 선언하며 '배수진'을 쳤지만 결국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재판 결과든 실체적 진실이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판사에게 호소했다. 10차례 가까이 검찰 수사를 받고도 모두 구속을 면했던 이 의원이지만, 이번 만큼은 절박함을 느꼈던 것이다.
법원은 이 의원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실제 이 의원이 미국에서 돈을 받을 당시 금품이 전달된 뉴욕 맨해튼의 한식당 주인 K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의원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베트남에서 돈을 전달 받은 혐의도 이 의원의 출입국 기록 등으로 뒷받침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회장의 딸을 비서관으로 데리고 있어 사람들은 내가 박 회장과 친하고 돈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 말을 믿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더욱 조심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 의원은"(돈을 받았다는) 당시가 어떤 때인가. 내가 유전 특검으로 조사받고 압수수색도 당할 때였고, 주변에서도 박 회장은 정권 바뀌면 탈날 사람이니 절대 만나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뭐가 아쉬워 돈을 받았겠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반응은 싸늘하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지금까지 박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거나 구속된 사람들 중 이 의원만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거가 충분한데도 이 의원이 부인하고 있는 게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의원의 증거인멸 시도도 공개했다. 이 의원의 보좌관이 박 회장측 인사에게 공중전화나 다른 사람 휴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이 의원이 받은 돈을 다른 보좌관이 받은 것으로 진술을 번복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또 수사 정보를 빼내기 위해 이 의원이 자신의 변호인인 J씨를 박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박 회장측에 요청해 J변호사가 검찰에 오기까지 했지만 실제 선임이 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법원은 이날 밤 10시30분께 영장을 발부했다. 이 의원의 정치생명과 자유생활이 함께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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