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무어 등 지음ㆍ곽윤정 옮김/북스넛 발행ㆍ336면ㆍ1만6,000원
"남자와 여자의 능력이 똑같다고? 우스운 소리 말라고 해. 남녀의 공통점은 인간이라는 것밖에 없어요. 엄연히 다르지."
회식에 함께한 여직원들 앞에서 한 남자 동료가 이런 얘기를 떠벌였다 치자. 십중팔구 그는 '남녀차별주의자'로 찍힐 것이고, 여직원들로부터 엄청난 '탄압'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영국 BBC 프로듀서이자 옥스퍼드대 유전학박사인 앤 무어 등이 지은 <브레인섹스> 는 남녀의 재능이나 행동은 분명히 다르며, 다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책이다. 주장의 근거는 뇌과학의 실증적 연구성과이다. 브레인섹스>
최근 100년간 남녀의 차이에 관한 주도적 설명은 '성별 역할기대에 맞춰진 사회화 과정에서 차이가 비롯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설명의 이면에는 '일부러 차별을 만들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남녀의 차이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남녀의 상이한 호르몬 과정이 어떻게 서로 다른 뇌를 형성하게 하고, 행동의 차이를 낳게 하는지를 실증적 연구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태아가 6주가 됐을 때 성이 나눠지며, 남녀의 뇌도 이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여자 태아의 뇌가 애초의 기본형대로 성장하는 반면, 남자 태아의 뇌는 생식기에서 왕성하게 분비되는 남성 호르몬에 노출되면서 격렬한 화학반응을 겪는다. 그 결과 암수 포유류의 뇌는 신경전달물질의 양과 신경세포의 연결, 세포 및 세포핵의 크기 등이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
발생 단계부터 달라지는 남녀의 뇌는 성장기를 거치면서 차이가 더욱 커져 행동과 인지, 반응 등에서 극명한 차이를 내게 된다. 공간지각능력이나 추상적 관계를 파악하는 데 남자가 우수한 반면, 여자는 언어능력이나 감각에 대한 반응도가 앞서는 것도 뇌의 생물학적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지난 30~40여년 동안 여성들은 옆에 있는 남성만큼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고 교육 받으면서 자랐다"며 "그 과정에서 여성들은 심각하면서도 불필요한 고통과 좌절과 실망을 겪어야만 했다"고 비판한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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